트럼프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모네센에서 “한미 FTA와 NAFTA 등 민주당 행정부가 체결한 무역정책들은 실패했다”며 “당선되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7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아직 비준되지 않은 TPP에서 탈퇴하고 미국 근로자를 위해 싸울 가장 터프하고 현명한 무역 협상가를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미국 근로자에게 해를 끼치는 각종 무역협정 위반 사항들을 상무장관이 확인하도록 조치하고 NAFTA 상대국(멕시코·캐나다)들과는 즉각적인 재협상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12년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한미 FTA를 밀어붙였다”며 “그 여파로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두 배로 늘었고 미국 내 일자리도 10만개나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는 2012년 3월 발효됐다. 트럼프와 선거캠프 참모들은 앞서 한미 FTA를 원점에서 재검토한 후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또 트럼프는 미국의 최대 무역 적자국인 중국을 향해 환율조작국 지정,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대통령의 긴급권한 사용 등 7대 조치 중 세 가지를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역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나라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중국의 불법 보조금 지원과 미국의 무역 비밀을 훔치는 불법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주어진 모든 법적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공약에 미 언론과 재계는 비판과 우려를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공화당을 지배해온 경제 강령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온 미국 상의와 전미제조업협회는 “트럼프의 정책은 상품 가격을 올리고 일자리는 줄여 미국 경제를 약하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정부도 한미 FTA에 대한 트럼프의 편파적 주장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29일 “한미 FTA 때문에 미국이 손해 봤다는 발언은 균형 잡힌 시각이 아니다”라며 “FTA를 통해 양국은 윈윈(win-win)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일자리만 해도 FTA 이후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로 증가했으며 미국의 대(對)한국 자동차 수출은 FTA 발효 전인 2011년 4억2,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2억6,000만달러로 3배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미 FTA 발효 후 대미 자동차 관세는 8%에서 4%로 즉시 떨어져 미국 업체들이 이익을 봤지만 미국의 차 관세 2.5%는 계속 유지되다 올 들어서야 철폐됐다.
우 차관은 “대미 상품수지 흑자가 2011년 116억달러에서 지난해 258억달러로 늘었지만 미국 역시 경쟁력 있는 서비스산업에서 흑자가 2011년 69억달러에서 2015년 94억달러로 늘었다”면서 “미국이 FTA로 손해만 보고 한국 혼자만 이득을 봤다는 식의 일방적 견해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상훈기자·손철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