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가 현실로 다가왔고 금융시장은 이 영향을 가격으로 즉각 반영했다. 주요국 증시를 비롯해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는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다행스러운 점은 추가 하락이 더 깊게 진행되지 않고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투자가 계속될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대목은 브렉시트가 연금자산에 미친 영향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은 126조원, 개인연금은 292조원에 달한다. 연금자산의 대부분은 원금 보장형 상품에 배분돼 있어 실적배당형 자산인 펀드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전체 적립금 대비 퇴직연금이 7.1%, 개인연금은 3.3%로 매우 낮은 편이다. 기대이익이 낮은 원금 보장형 중심의 연금자산 편중이 역설적으로 브렉시트로 인한 시장 변동성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연금자산 중 시장 변동성 노출 비중이 높은 연금펀드의 펀드매니저들은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상황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펀드는 운용 전략이 사전에 정해져 있어 포트폴리오가 급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펀드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안정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가 저가매수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신규 매입 자금이 필요하다. 펀드에 자금이 지속해서 유입돼야 가능한 운용 전략이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대형주·배당주 중심의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해외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글로벌 펀드의 변동성은 당분간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 펀드는 견고한 경제성장률과 금리 인상 연기 가능성 등 우호적인 외부환경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증시 하락 국면에서는 글로벌 자산배분형 펀드가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위험 자산을 사전에 축소해 현금 비중을 높였거나 해외·금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곳에 투자함으로써 주식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면 주식·채권과 상관관계가 낮은 인프라형 펀드가 유망해 보인다.
과거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발생하면 일부 투자자가 적립형 펀드의 납입을 중단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를 자주 나타났다. 연금펀드는 가장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적립형 자산이다. 투자 기간이 늘어날수록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두게 돼 있다. 시장 변동성이 진정된 이후 목돈이라 할 수 있는 누적 적립금은 위험자산 배분 투자로 돌려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