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김종인 식 통계' 유감

임세원 경제부 기자임세원 경제부 기자


정당은 자신을 지지하는 팬클럽만 갖고 권력을 잡기 어렵다. 가운데에 속한 유권자까지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들은 말뿐인 정치신념보다 숫자로 증명한 사실을 원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종종 숫자를 과장한 공약을 내세우곤 한다.

유럽연합(EU)에서 나가겠다는 영국의 정치인들이 그랬다.

투표 직전까지 영국 정가의 탈퇴 파는 영국이 매주 EU에 연간 5,400억원을 분담금으로 낸다면서 탈퇴해 이 돈을 복지에 쓰자고 영국민을 선동했다. 개표 후 영국 언론 가디언은 되돌려 받거나 영국에 쓰이는 분담금을 빼면 실제 낸 분담금은 2,500억 원이라고 조목조목 밝혔다. 자신들의 과장이 드러났지만, 탈퇴 파는 ‘그런 말 안 했다’며 오리발을 내민다.


김종인 더불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최근 주장에도 숫자의 과장이 섞여 있다. 김종인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기업에 감세한다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증세를 해서 그 재원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쓰자고 강조하면서 새누리당의 연속적인 감세로 조세부담율이 과거 21%에서 지금 18%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에 수긍이 가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조세부담율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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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의 최근 통계를 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들의 조세부담율은 18~19% 선이다. 그렇다면 21%라는 숫자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답은 유엔이 정한 국민계정(SNA·국가의 재무제표에 해당)기준이 1993년과 2008년에 각각 바뀐 데에 있다. 실제 조세부담율은 그대로지만 기준이 바뀌면서 숫자가 달라진 것이다. 1993년 기준으로 보면 2007년 조세부담율은 21%이고 그 후에도 19~20%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08년 기준으로 2007년 조세 부담율은 19.6%로 낮아진다. 결국 과거 통계는 조세부담율이 높게 나오는 1993년 기준을 쓰고 최근 것은 낮게 나오는 2008년 기준을 써야 만들어지는 게 21% VS 18%다.

김 대표의 말대로 국민이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세금이다. 그런 문제를 다룬다면 지금보다 더욱 정확한 숫자로 증명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공약가계부로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한 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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