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막장’ 치닫는 英 보수당..측근 고브 배신에 총리 0순위 존슨 낙마

탈퇴파 2인자 고브의 선수치기 출마에 존슨 불출마

존슨도 캐머런 배신..‘배신자’가 ‘배신’에 당한 꼴

잔류파 메이 선두 부상..잔류파가 탈퇴협상 이끌 판

메이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다” 재투표 불가 천명

“계산된 음모에 당했다.(텔레그래프)” “시저를 배신한 브루투스가 또 다른 브루투스에 배신당했다.(뉴욕타임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후임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의 정치에 영국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을 이끌며 차기 보수당 대표 0순위 후보로 꼽히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의 낙마와 그의 측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의 ‘알박기 출마’ 때문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 드라마에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연상시킨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이날 신임 당대표 경선에 갑자기 뛰어든 고브 장관과 뒤이어 경선 포기를 선언한 존슨 전 시장간의 ‘내분’을 집중 조명했다. 가디언은 “보수당 대표 경선이 고브의 존슨에 대한 매복공격으로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브렉시트 진영의 2인자인 고브 장관은 보수당 대표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인 이날 정오를 불과 세 시간 앞둔 오전 9시께 전격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유럽연합(EU) 탈퇴가 더 나은 미래를 줄 것이라고 주장해 온 존슨의 뒤에서 팀을 이뤄 돕기를 원했다”면서 “하지만 그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시간 30분 뒤 존슨 전 시장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동료들과 논의한 결과, 그리고 의회 상황을 감안할 때 나는 그 사람(총리)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보수당 내 탈퇴파의 2인자인 고브 장관이 1인자인 존슨 전 시장을 밀어내기 위해 뒤통수를 친 모양새가 된 것이다. 고브는 출마선언 직전 그의 사무실로 존슨의 핵심 측근들을 불러모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고브가 보수당 대표와 총리 자리를 꿰차기 위해 물밑에서 세를 규합했다는 것이다.


출마선언 전날까지만 해도 고브 장관은 존슨 전 시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정설이었다. 고브 장관 부인이 실수로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보리스로부터 구체적으로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면 지지를 해선 안된다”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만 해도 고브 장관은 총리직에 도전할 의사가 없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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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해자’인 존슨 전 시장도 ‘배신’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브렉시트 캠페인 시작 전까지만 해도 EU 잔류파였지만, 고브의 설득에 넘어가 캐머런 총리를 배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존슨은 캐머런에게 브루투스 같은 역할을 했고, 곧바로 고브에 의해 시저가 됐다”며 “‘배신을 당한 배신자’는 지금 화가 났다기 보다 암담해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고브 장관이 ‘한밤중의 배반’으로 존슨을 낙마시켰다”면서 “존슨 지지자들은 고브의 ‘계산된 음모’를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퇴’ 진영의 내홍으로 브렉시트를 지지했던 유권자들도 등을 돌릴 분위기다. 대표 경선을 앞둔 보수당원들의 표심이 ‘잔류’를 지지한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에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브렉시트’ 협상을 브렉시트 반대자가 주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보수당 대표 후보에는 고브와 메이 장관을 비롯해 리엄 폭스 전 국방장관, 스티븐 크랩 고용연금장관, 안드레아 리드솜 에너지부차관 등 5명이 등록했으며, 이 가운데 메이와 고브가 선두를 다투고 있다.

영국 정가는 고브에 배신당한 존슨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존슨이 메이 장관을 지지할지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가 현실화되면 고브의 ‘배신’에 존슨이 ‘복수’로 맞서는 막장이 연출된다. 한편 메이 장관은 출마를 선언하면서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의미한다”며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재투표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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