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유럽에서 스마트폰을 7,700만대 정도 팔았는데 LG전자는 삼성의 10분의1 수준이었어요. 중국에서도 사정이 마찬가지입니다. 더 큰 문제는 올해도 사정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가 전한 이야기다. 세계 무대에서 LG전자 스마트폰의 존재감이 후발업체 수준으로 미미해지고 있다. 그는 “올해 조준호 사장(LG전자 MC사업본부장)이 ‘G5’폰을 내놓으면서 지난해 죽을 쒔던 ‘G4’폰의 부진을 만회하려고 했지만 우리나라와 미국을 제외하면 해외에서는 인지도가 낮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중국에서 이미 점유율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유럽에서도 지난 2014년까지는 약 5%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상위 3~5위권을 유지했는데 지난해부터는 주요 시장조사업체의 점유율 통계에서 LG전자 이름 자체가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삼성전자와 견주기에는 브랜드파워가 약하고 화웨이와 중화권 시장에서 맞붙기에는 가격경쟁력과 유통력이 열세”라고 진단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사태까지 터지면서 유럽에서도 LG폰의 판매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국내 사정도 겨우 선방하는 정도이다. G5가 올 3월 말 출시 직후만 해도 국내에서 하루 1만2,000여대가량 판매됐으나 현재는 6,000대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G4의 지난해 이맘때 실적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LG전자가 1일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성 조직개편의 회초리를 든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부진한 실적을 보인 일부 임원들은 계열사 등으로 전보조치될 것”이라며 “MC사업 부문 임원은 연초보다 15%나 줄게 된다”고 소개했다.
특히 마케팅과 영업 분야의 물갈이가 크다. 고급 스마트폰인 ‘G시리즈’와 ‘V시리즈’에 대해 연구개발(R&D) 임원들을 조 사장 직속의 사령탑(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오피서·PMO)로 올리면서 영업·마케팅까지 총괄시킨 것이 이를 방증한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내부에서는 ‘제품은 잘 만들었는데 이를 파는 조직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G4나 V10도 삼성전자 갤럭시폰 못지않다는 품평이 있었지만 실적이 부진했고 올해도 G5가 조립하는 모듈폰의 신개념으로 주목을 끌었지만 판매가 부진했다.
물론 영업·마케팅만의 문제냐는 의문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의 하드웨어는 좋지만 애플리케이션 시장이나 연동되는 웨어러블 제품의 다양성, 개성이 떨어져 LG제품만을 추종하는 충성고객층을 만들지 못한 기획력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연구조직 역시 보수적인 LG그룹의 문화 탓인지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타성에 젖은 기업문화, 소프트웨어와 비주력제품에 대한 경시 풍조 등을 비롯해 전반적인 사고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권·조양준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