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주식·부동산 등의 자산거품이 꺼지면서 경제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금융계 거물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중국 위기의 전조가 지난 1929년 미국 대공황 때와 흡사하다는 섬뜩한 비관론까지 나왔다.
6월30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중국 경제 붕괴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정도가 아닐 것”이라며 “중국 경제가 미국 대공황 때와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공황 때도 신용 팽창, 느슨한 통화정책,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맹신 등이 결국 시장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중국 정부가 시장 붕괴를 두려워하며 값싼 금융을 제공해 투기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위기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셰는 아시아 외환위기와 1990년대 홍콩 부동산 거품 붕괴를 정확히 예상해 스타 이코노미스트로서 명성을 쌓았다. 2007년에는 상하이증시 폭락 사태를 맞혔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미국 스파이’로 부를 정도로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이 같은 악연 때문인지 그는 시진핑 정권의 위기관리 능력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셰는 “중국 정부가 경제를 지배하는 대신 (시장 자율에 맡겨) 한발 물러선다면 중국 경제규모는 20년 뒤 미국의 두 배가 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미래는 공산당과 양립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헤지펀드 거물인 조지 소로스도 또 한번 중국 경제 비관론을 펼쳤다. 그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설에서 “중국 경제 경착륙을 사실상 피할 수 없다”고 단정했다. 부채에 의존한 성장이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로스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가 2007~2008년과 유사한 금융위기를 촉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브렉시트는 느리게 진행되던 위기를 가속화하고 이미 만연한 디플레이션 추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위기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은 유럽 은행 시스템이 심각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브렉시트 충격에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자 올해 초처럼 중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탈출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위안화 가치는 3월 말 이후 2.9% 떨어지며 1994년 이래 분기 기준으로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위안화 거래량도 최근 5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부 외신에서는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 인민은행이 수출촉진 등을 위해 올해 달러당 6.7~6.8위안까지 위안화 절하를 용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4.5% 하락폭과 같은 수준이다. 이미 중국에서 자금유출 신호도 속출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본토와 홍콩에 동시 투자가 가능한 뮤추얼펀드는 중국 유입자금보다 유출자금이 37배나 많았다.
/뉴욕=최형욱기자 choihu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