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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 ‘실향민의 터전’ 이 ‘예술마을’로… ‘해방촌’의 변신



몇 해 전부터 이태원이 핫플레이스로 인기를 얻으면서 ‘용산’ 하면 이태원이나 경리단길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대로를 사이에 두고 경리단길 맞은편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용산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용산이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실향민의 고향에서 예술마을로 변신한 해방촌 이야기입니다.


해방촌은 용산구 용산2가와 용산1가에 걸친 지역으로 남산타워의 남쪽, 남산 밑 언덕에 형성된 마을입니다.

1945년 광복과 함께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과 북에서 월남한 사람들,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피난을 온 사람들이 살면서 해방촌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태원과 경리단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화려한 동네로 거듭났지만, 해방촌은 광복 이후 70년째 변치 않는 그 이름처럼 아직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카페와 음식점들 사이로 보이는 낡은 간판, 오래된 가게들은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겐 추억을 돌아보는 기회가, 젊은이들에겐 신선한 경험이 됩니다.

해방촌에는 별칭이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용산구에서 해방촌을 대상으로 벽화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만들어진 ‘예술마을’인데요, 별칭에 걸맞게 해방촌 곳곳에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벽화와 조형물들이 있습니다.

특히 해방촌 108계단에 세워진 ‘하늘로 향하는 문’과 주변 벽화들은 이젠 제법 유명한 해방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다 보니 바로 지난해까지도 ‘예술마을’이라는 이름은 해방촌 주민들도 잘 모를 만큼 유명무실했습니다.

해방촌이 진짜 ‘예술마을’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해방촌의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축제, ‘해방촌 아티스트 오픈스튜디오’가 열리면서부터 입니다.

줄여서 영어 이니셜인 ‘H.A.O’, ‘하오’라 불리는 해방촌 아티스트 오픈스튜디오는 설치미술·드로잉작가 이언정 씨와 전시기획자 박서영 씨, 공예·디자인작가 윤순영 씨가 중심이 되어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5월 3회째를 맞이한 ‘하오(HAO)’는 예술마을로서의 해방촌과 해방촌 예술가들의 활동을 알리는 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오’ 기간에는 해방촌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과 작업실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열립니다.

[인터뷰] 이언정 / 설치미술·드로잉작가

외국같은 경우 아티스트들이 많이 모여사는 지역에는 오픈스튜디오가 있어서 일반인들이나 예술가가 함께 어울리는 공공미술들이 참 많은데 해방촌에는 없길래 시작한 게 해방촌 아티스트 오픈스튜디오입니다.


이언정 씨는 하오의 기획자이면서 현재 드로잉 작가 ‘어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집과 갤러리를 결합한 이언정 씨의 작업실에서는 작가 ‘어니’의 개성있는 일러스트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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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언정 씨와 같이 해방촌에 매력을 느껴 작업실과 공방을 둔 40여 명의 예술가들이 해방촌을 진정한 예술마을로 만들고 있습니다.

해방촌에 자리 잡은 지 3년차인 ‘진짜’ 금속공예가 이성철 씨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이성철씨가 운영하는 공방 ‘실버키트하우스’에서는 주로 은으로 작업을 하며 반지같은 액세서리 뿐만 아니라 전문 공예 작품들까지 볼 수 있고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성철 / 금속공예가

취미로 배우실 수 있는 수강프로그램이 있는데, 찾아와서 만들고 가시면서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굉장히 뿌듯하고요

전공자가 아니지만 순수예술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예술가도 있습니다. 순수예술작가 Re-Look은 해방촌이 작품활동에 좋은 영감이 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리 룩(Re-Look) / 순수미술 작가

여기가 세월이 계속 중첩된다는 느낌이, 시간이 계속 중첩된다는 느낌이 드는 동네거든요. 그게 겹겹이 쌓이는 모습들이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해방촌 오거리에서 남산 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작업실 ‘이해와 오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해와 오해’에서는 다양한 일러스트와 그래픽·북 디자인을 볼 수 있습니다.

해방촌 오픈스튜디오 3회의 포스터와 리플랫 디자인을 담당한 곳도 이 곳입니다.

SNS에서는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인 ‘오리여인’의 작업실도 이 곳 해방촌에 있습니다. 9만6,500여명의 페이스북 팔로워를 보유한 그녀는 개성과 메시지를 담은 일러스트 작품들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를 활용한 컵 등 생활용품들도 인기를 얻고 있고, 오리여인의 책 ‘마음이 보이면’과 ‘수상한 드로잉 노트’도 공감과 힐링을 주는 책으로 꾸준한 판매고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손바느질을 하는 수제 가죽공방 ‘집’, 도자기 공예를 전문으로 하는 ‘조립식 스튜디오’, 스테인드글라스 기법으로 반짝이는 유리 작품들을 만드는 ‘이니김 공작소’, 그래픽·서체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낮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작업실과 공방이 있습니다.

미리 예약만 하면 작업실을 방문해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습니다. 실버키트하우스처럼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공방들도 많습니다.

피난에 지친 실향민의 보금자리에서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그들의 개성을 해방시킬 수 있는 터전이 된 ‘해방촌’. 이번 주말에는 옛 서울이 살아있는 해방촌으로 예술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요. / 서울경제TV 김성훈입니다.

[영상취재 장태훈 / 영상편집 소혜영]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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