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미국이 브렉시트 승자 될까

사이먼 존슨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분열 휩싸인 EU '자승자박'에

세계무대 美 우월적 지위 강화

쇄국 종용하는 트럼프 버려야

국제질서 제대로 이끌 수 있어





유럽연합(EU)을 떠나자는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영국의 중단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심각하게 낮아졌으며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의 명백한 정치적 승자는 서유럽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얄궂게도 유럽의 가장 강한 동맹국이자 EU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미국 또한 브렉시트로 이익을 볼 것이다. 미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영국의 인구는 6,500만명에 불과하다. 그래도 적어도 지난달 23일까지 영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3조달러에 육박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규모였다. 세계 경제 규모가 75조달러에 달하는 환경에서 무역 의존도를 높인 소규모 개방경제를 만든 덕분이다. 영국의 연간 경제활동의 28~30%는 무역이 차지한다.

이제 이 같은 상황은 변할 것이다. 영국의 수출에서 대 EU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앞으로 EU 단일 시장에 완벽하게 접근할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품 무역이 위축될 것이며 금융을 비롯한 서비스 수출은 훨씬 더 가혹한 충격을 받게 된다. 원칙적으로 영국은 시장 접근을 위한 협상을 할 수 있지만 영국이 탈퇴하기로 한 EU에서 만든 규칙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결국 영국의 성장률은 상당기간 동안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세계 경제가 받을 직접적 충격은 제한적일 듯하다. 다른 나라들이 영국이 잃어버린 영역을 얻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투표의 정치적인 패자는 당연히 EU다. GDP의 6분의1이 떨어져 나간다면 미국에 살짝 못 미쳤던 경제력은 중국과 비슷하거나 그 아래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EU의 지도부가 어떤 정치적 행동을 취할지는 모르겠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활발한 성장궤도로 복귀할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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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힘이 약해지는 것은 세계적으로 볼 때도 나쁜 소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세력들은 보나 마나 웃음을 짓고 있겠지만 이런 권위주의 정권들은 천연자원 수출을 통해 재정을 충당한다. 성장이 둔화되고 유가가 떨어지는 것은 러시아나 이란 같은 나라에도 좋지 않다. 중국도 선진국 상품 수출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국과 EU의 성장률 하락을 반기지 않는다.

지정학적·경제적 관점에서 EU 분열의 잠재적인 최대 승자는 미국이다. 유럽 국가들이 서로 싸우고 그들이 건설한 제국이 쇠락하면 미국은 세력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최근 EU의 지도자들은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미국의 대항마로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지금 어떤 조건 아래 유럽의 어떤 국가들이 뭉쳐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경제적인 번영은 사람과 아이디어에 바탕을 두고 찾아온다. 누가 가장 재능있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그들을 교육해 생산적으로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가. 미국은 몇몇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200년 넘는 세월 동안 이민자들을 끌어들이고 창의력을 북돋우는 힘이 있었다.

영국도 지난 수십 년간 상대적으로 열린 사회였다. 많은 젊은이가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교외 지역에 사는 노년층은 벽을 쌓아 영국이 세계와 닿아 있는 문을 닫았다.

미 대선의 정치적 논의는 분명히 영국의 브렉시트 토론과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 독립당 당수와 상당히 비슷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11월에 내놓을 선택도 이제 뚜렷해졌다. 미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꾐에 빠져 미국 경제에 해를 입히고 세계와 벽을 쌓는 자멸 행위를 할 것인가. 아니면 번영을 이루고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역할을 선택할 것인가.

사이먼 존슨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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