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완성차 업체들 간에 경쟁이 가장 격렬했던 차급은 중형 세단이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SM6’와 한국GM의 ‘신형 말리부’가 출시되면서 현대·기아차의 ‘쏘나타’, ‘K5’와 한치 양보없는 판매 경쟁을 펼쳤다. 하반기에도 중형 세단 시장을 놓고 격전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수입차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E클래스의 거침없는 질주에 BMW와 아우디가 안전사양과 라인업을 대폭 강화한 5시리즈와 A6를 앞세워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인다.
3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말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한 신형 E클래스는 사전계약대수가 8,000대를 넘어서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형 출시를 앞둔 5월말까지 판매량이 6,294대인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초반 인기다. 벤츠코리아는 올해 신형 E클래스를 약 1만8,000대가량 판매한다는 목표다. 물량 확보가 원활할 경우 2만대 돌파도 노려볼 만 하다.
드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는 신형 E클래스 출시행사에서 차량 특징에 대해 “스포티한 C클래스와 럭셔리한 S클래스를 결합한 차”라고 소개했다. 민첩하고 날렵한 주행성능과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인테리어를 겸비했다는 의미다.
신형 E클래스는 자율주행을 위한 ‘드라이브 파일럿’ 기능 외에도 다양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적용됐다. T형 주차와 평행 주차를 알아서 해주는 ‘파킹 파일럿’ 기능뿐 아니라 교차로나 횡단보도에서 차량과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왔을 때 스스로 제동을 걸어주는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와 ‘조향 회피 어시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 12.3인치 와이드 LCD로 연결된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는 시원한 눈맛을 느끼게 한다. 최근 보헙개발원 평가에서 차량등급이 2단계 높아지면서 보험료가 약 29만원 가량 낮아진 것도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BMW가 올해 출시한 5시리즈 프로(PRO) 에디션도 첨단 주행보조기능 및 안전시스템에서 신형 E클래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동급 수입차 세그먼트에 적용되지 않았던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가 기본으로 장착됐고 차선 이탈 경고, 전방 충돌 방지, 보행자 인지 기능 등 주행 안전을 강화한 기능이 다수 탑재됐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플래그십 7시리즈 모델에 장착돼온 프리미엄 옵션도 포함됐다.
실내 인테리어와 외관 디자인도 더욱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됐다. 특히 ‘520d’와 ‘520d xDrive M 에어로다이내믹 프로 에디션’의 경우 더욱 스포티한 디자인과 그립감을 자랑하는 M 스포츠 스티어링휠이 추가됐다.
올 들어 5월까지 5시리즈의 누적 판매대수는 6,15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단 2대가 줄었다. 신형 E클래스 출시라는 위협 요소에도 선전했다는 평가다. 프로 에디션의 뛰어난 성능이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가 늘어난 것도 견조한 판매량을 유지하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BMW 5시리즈는 내년에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아우디는 벤츠와 BMW에 맞서기 위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왜건 형태의 A6 아반트를 출시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뉴 아우디 A6 올로드 콰트로’를 선보인다. A6 올로드 콰트로는 세단인 A6를 기반으로 왜건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중간 형태로 지상고를 높여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A6는 아우디의 최고 인기 차종이다. 지난해 총 1만2,922대가 팔렸다. 올 들어서도 5월까지 5,196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3.9% 가량 늘었다. 아반트와 올로드 콰트로 등 라인업이 추가되면서 하반기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7년만에 완전변경된 신형 E클래스가 큰 인기지만 당분간 할인 판매가 어려워 파격적인 프로모션이 가능한 5시리즈와 A6로 수입 중형 세단 수요가 분산될 수 밖에 없다”면서 “하반기에 독일 3사 간 중형 세단 판매 경쟁이 볼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