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에 맞춰 대부분 자산운용사들이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펴는 가운데 신영자산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이 공격적인 투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자산운용은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달 24일 펀드 내 보유 중인 현금으로 ‘주식 쇼핑’에 나섰다. 각 펀드별로 3~4%씩 보유하던 현금을 저가매수에 투입한 것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24일·27일 2영업일 동안 남아 있는 현금을 거의 다 썼다”며 “브렉시트가 정치적 이벤트인 만큼 주가가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신영자산운용의 전체 펀드 설정액이 7조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틀 동안 신영자산운용은 2,000억원 넘는 실탄을 주식시장에 투입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유럽 내 은행주의 비중 조정을 통해 브렉시트 리스크를 해지했다. 롱쇼트펀드인 ‘하나UBS유럽오퍼튜니티’는 브렉시트 직후 서·남유럽 은행주를 공매도한 대신 북유럽 은행주의 비중을 높였다. 영국·독일·스페인 등 서·남유럽 금융주는 당분간 브렉시트의 향방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노르웨이·스웨덴 등의 북유럽 은행은 브렉시트의 영향을 제한적으로 받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하나UBS유럽오퍼튜니티는 브렉시트 직후 1주간 국내 설정된 유럽 주식형 펀드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0.85%)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금융주 비중을 줄이는 대신 다른 공격적인 투자대안을 찾고 있다. 김병규 NH-아문디자산운용 글로벌솔루션 본부장은 “유럽과 미국의 금융주같이 브렉시트의 영향을 직접 받는 종목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헬스케어 중에서도 의료장비 관련주의 비중을 소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삼성자산운용은 실제 포트폴리오 변경 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브렉시트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아시아와 신흥국의 비중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와 달리 대다수 자산운용사는 “급한 불은 꺼졌지만 브렉시트의 파급 효과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며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 측은 “브렉시트 후 4~5일 동안 유럽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 않았다”며 “정치적 이벤트인 브렉시트에 단기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 불확실성으로 당장 새로운 지역·섹터·종목을 집어내기는 무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브렉시트의 충격이 크지 않아 눈에 띌 정도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