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쇼핑몰에 들어선 클래식 공연장이라는 이색조합으로 주목받아온 ‘롯데콘서트홀’에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즐거워진 것은 눈이었다. 복잡하면서도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빈야드(포도밭) 구조의 좌석배치와 무대 중앙에서 휘황찬란 빛나는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의 자태는 시각적 황홀함을 선사한다. 공연장 주재료인 알래스카 삼나무에서 은은한 나무 향기는 후각까지 일깨우는 듯했다. 무엇보다 청각적 만족이 대단했다. 세상과 고립된듯한 깊은 고요에서부터 홀 내부를 풍성하게 채우는 강렬한 울림을 오가는 음악적 여정을 따라가노라니 나 자신 또한 거대한 악기 속으로 들어와 음악과 공명하고 있다는 특별한 흥취가 새삼 느껴졌다.
지난 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임헌정이 지휘하는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목혜선이 슈만 첼로 협주곡과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 연주됐다. 롯데콘서트홀의 8월 18일 정식 개관에 앞선 마지막 시범공연이었던 이 무대는 청각과 시각 모두를 만족시킨 하모니를 선사했다.
롯데콘서트홀은 1988년 예술의전당 이후 28년 만에 처음 서울에 문을 여는 클래식 전용홀로서 오픈 전부터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기대와 걱정을 한몸에 받아왔다. 뚜껑을 연 결과는 기대 이상의 음향을 갖춘 매력적인 홀이라는 쪽으로 대다수 의견이 모아졌다.
콘크리트 이중구조체로 홀 전체를 둘러싼 ‘박스 인 박스’ 형태는 외부 소음은 물론 콘서트홀에 필요한 각종 기계장치의 진동까지 완벽하게 차단해 음의 작고 여린 디테일을 하나 놓침 없이 전달했을 뿐 아니라 소리의 밀도와 응집력 또한 일품이었다. 이 장점은 대편성 관현악인 ‘환상교향곡’을 연주할 때 두드러졌는데 국내 여느 콘서트홀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초기 설계단계부터 극도로 신경 썼다는 잔향(殘響·반사음, 뒤울림)은 누구나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도드라졌다. 하지만 수십 년간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의 공연장에 익숙해진 국내 관객들이 이 탁월한 울림을 매력으로 받아들일지 낯설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연주자들 역시 아직 이 울림에 익숙하지 않은지 밸런스 조절에 실패한 느낌이 강해, 특히 무대와 가까운 앞좌석에서는 직접 들리는 음과 잔향의 간섭이 심했다. 롯데콘서트홀 측은 “사운드가 제자리를 잡고 낯섦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관객도, 연주자도, 공연장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좋은 하드웨어를 제대로 구현할 훌륭한 소프트웨어(프로그램)을 갖추는 일도 관건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