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서울시 서초동 옛 정보사령부 부지가 공개 매각된다.
정보사 부지는 강남권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건설사는 물론 연기금·부동산개발업계에서 관심을 표명해오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개발용도에서 주거용은 물론 주상복합도 제외돼 이번 공매에서 새 주인이 나타날지 여부는 여전히 의문이다. 주변 부동산업계에서는 “단위가 너무 커 본사와 주요 연구소를 이전하려는 대기업 외에는 사실상 응찰할 수 있는 업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정보사 부지에 대한 공개 경쟁입찰을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www.onbid.co.kr)’를 통해 오는 19일까지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정보사 부지는 9만1,597㎡(2만7,708평) 규모로 공시지가 약 5,100억원, 감정평가액은 9,026억원에 달한다.
해당 부지는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인근 역세권인데다 인근에 대법원·국립중앙도서관·예술의전당 등이 있고 서리풀공원 등 녹지공간도 풍부해 강남 최후의 대단위 개발 가능 지역으로 주목 받아왔다. 더욱이 단절된 서초대로를 연결하는 터널도 2019년 2월 완공 예정이라 교통이 더욱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국방부는 정보사 부지 매각대금을 부대 재배치와 신형 생활관 건립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입찰이 성사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서초구가 지난 2월 정보사 부지에 대한 도시관리계획(서리풀 지구단위계획)을 확정 고시하면서 아파트 등의 건축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서초구 고시에 따르면 난개발을 막고자 아파트 등 주택은 지을 수 없고 공연장과 문화집회시설·전시장 등이 들어선다. 국방부는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해 정보사 부지에 주거용과 주상복합시설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중재에 나선 서울시가 서초구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공공기관·전시장·관광숙박시설·종합의료센터 등만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세 차례 공개 경쟁입찰을 실시했으나 응찰자가 없어 모두 유찰된 사례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고 △감정가가 지금보다 낮은 8,000억여원이었으며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남아 있는 등 지금보다 유리한 상황에서도 유찰되고 말았다. 당시 유찰 사유는 개발계획(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서초구의 부동산업자들은 “1조원에 가까운 입찰금액을 써내고 3만2,200㎡ 이상의 부지에 업무용 시설(본사 사옥)이나 연구소를 지을 수 있는 곳은 대기업 이외에는 없을 것”이라며 “외형적으로 중소기업 또는 문화단체와 대기업 등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부지를 따내는 구도 이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설령 원매자가 나타나더라도 가격이 비싸 한두 차례 유찰된 뒤 가격이 하향 조정되면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보사 부지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서초구 서초동 일대 부동산 시장이 새롭게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도심 속 외딴 섬이나 다름없는 이곳이 개발되면 주변 아파트값과 땅값에도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초구는 향후 정보사 부지가 문화복합단지로 개발될 경우 예술의전당에서부터 롯데칠성 및 코오롱 부지, 서리풀공원 등을 거쳐 세빛섬과 연계한 문화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 /권홍우·이재유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