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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올들어 25%↑...'브렉시트 불안' 타고 더 오르나

세계경제 불확실성 감안땐

속도 더뎌도 금값 오름세 전망

美 금리인상 등 변수 남았지만

값 떨어져도 하락폭 적을 듯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안전자산으로 골드바를 구매하려던 사업가 A(33)씨는 최근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한동안 금값 상승이 예상됐는데 최근 다시 시세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브렉시트 투표 전에는 금값이 고공행진을 했는데 오히려 투표 직후부터 하락세”라며 “지인들이 너도나도 ‘금 투자’에 뛰어들고 있어 혹시 거품이 낀 건 아닌지 우려도 앞선다”고 말했다.


최근 브렉시트 현실화로 최고치를 경신했던 금값이 다시 주춤하고 있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로 ‘큰손’들이 너도나도 금 투자에 나섰다가 금값이 상승하자 다시 차익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이슈로 점진적으로 금값이 상승하겠지만 미국 금리 인상 여부 등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를 권하고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금을 비롯한 현물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KRX금시장에서 금 가격은 1g당 4만9,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금값은 브렉시트 결정 전날인 지난달 23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 27일에는 시장 개설 이후 최초로 1g당 5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브렉시트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28일부터 3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 말 국내 금값 하락은 주식가격이 상승하면서 금 투자자들이 관망세에 들어선 가운데 일부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통상 금을 ‘안전자산’으로 부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안전자산이라기보다는 위험해제 상품에 가깝다. 투자자들은 전쟁과 금융시장 충격이 발생했을 때 금융자산보다는 현물로 도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 가격의 등락이 심해진 것만으로도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금 가격은 기본적으로 달러화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최근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과 초저금리 정책 등으로 달러화와 금 가격이 동시에 강세를 나타내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금 가격은 브렉시트 여파가 가라앉으면서 단기적으로 다소 떨어졌지만 시계열을 확장하면 오름세가 완연하다. 지난 2012년 10월 온스당 1,792달러까지 치솟다가 지난해 12월 1,052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올 들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국내 시세 역시 올 들어 25%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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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금 가격 전망을 두고서는 엇갈리지만 대체로 상승 쪽에 무게가 실린다. 온스당 1,100달러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없지는 않지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상승 속도는 더디지만 방향은 위쪽이라는 시각이 앞선다.

구자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9월 힌두교 축제에 따른 귀금속 수요 시즌이 있지만 금 광물 생산둔화로 공급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금 가격이 중·단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이라며 “수급 여건이 우호적인데다 브렉시트 이슈도 한동안 이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설령 떨어진다 해도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 인상 여부와 글로벌 정치환경 등에 따라 상승세가 둔화한다는 전망도 있다. 홍성기 삼성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리스크가 확대되고 금융시장 혼란이 커지면 금이 달러화나 엔화 등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매수하는 전략도 좋지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금보다 달러를 안전자산으로 확보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며 “다만 장기적 투자자라면”이라고 말했다.

상품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금값은 연말까지 현재 수준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로저스는 최근 브렉시트 이후 금값의 지나친 상승에 우려를 나타내며 “안전자산으로 달러를 선호하며 금은 하락세가 멈췄을 때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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