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SKT-CJ헬로비전 합병 불허]"조건부승인은 날줄 알았는데..." SKT·CJ헬로 '패닉'

SKT "외국사 국내진입에 대항할 M&A차단 유감"

CJH "자발·선제적 구조조정 막아 업계 고사 자초"

미래부·방통위도 "황당"...일부선 "KT 독주 지속"



“일부 사업 매각 조건이 걸리더라도 합병 승인이 날 줄 알았죠. 아예 불허가 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전례가 없거든요.”(SK텔레콤 관계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해 불가 방침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전달하면서 해당 기업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당초 까다로운 전제가 달린 ‘조건부 승인’이 점쳐졌으나 아예 M&A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의 질의를 받고 “(CJ헬로비전 관련 M&A 심사보고서에 방송통신시장의) 경쟁제한을 막기 위한 시정조치 설계가 많이 진행됐다”며 “시정조치는 유료방송과 통신, 결합상품 시장 전반에 관한 것인데 분량이 많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SK텔레콤의 시장독점 우려를 최소화하는 시정조치를 다는 조건으로 M&A를 조건부 승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공정위의 한 전직 고위관계자도 “시정조치를 내리겠다는 것은 M&A를 조건부 승인한다는 뜻”이라며 “시정조치와 M&A 불허 조치가 병행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불허결정을 내리자 충격에 빠진 직원들이 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의 CJ헬로비전 본사 안내판 옆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불허결정을 내리자 충격에 빠진 직원들이 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의 CJ헬로비전 본사 안내판 옆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가 이 같은 내부 기류를 갑자기 뒤집고 M&A 자체에 제동을 걸자 그 내막을 놓고 각종 뒤숭숭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모 방송사가 매우 집요하게 CJ헬로비전 M&A 성사에 반대하며 연일 SK텔레콤과 CJ를 비난하는 보도를 내보내며 당국에 압박을 가해왔다”며 “내년 대통령선거를 생각해야 하는 청와대에서 정무적 판단이 내려졌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의 경쟁사들도 CJ헬로비전의 방송 권역에 20대 국회 기준으로 새누리당 52곳, 더불어민주당 21곳의 지역구가 포함돼 있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각종 선거에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펴왔다. 이에 대해 한 지역 민영방송 대표는 “지역방송 채널은 선거 등에 특정 정당·정치인을 편들지 못하도록 엄격히 관리된다”고 꼬집었다.

◇유료방송시장 빅5 시장 점유율 (단위: %)


KT계열 CJ
헬로비전
SK
브로드밴드
티브로드 LG
유플러스
29.34 13.72 12.05 11.67 9.09
*KT계열은 KT와 KT스카이라이프 합산 점유율임 (자료: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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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하반기 기준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예상 밖의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CJ헬로비전은 5일 공식자료를 통해 “이번 결정은 경쟁력을 잃어가는 케이블TV 산업 내의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막아 고사위기에 몰아넣는 조치”라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최악’의 심사 결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케이블TV 업계가 인터넷TV(IPTV) 사업자들에게 급속히 가입자들을 빼앗겨 수익률과 투자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M&A를 통해 선제적 자율 구조조정을 하려는 노력을 오히려 정부가 막는 꼴이라는 비판도 덧붙였다. SK텔레콤도 이날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이후 대규모 콘텐츠, 네트워크 투자 등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하고자 했던 계획이 좌절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금 넷플릭스·텐센트와 같은 해외 거대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 국내 방송시장을 넘보는데 이번 공정위 보고서대로라면 앞으로 넷플릭스 등에 대항할 국내 방송통신사 간 인수합병은 요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해외 방송·통신기업간 M&A 주요 사례

△2010. 2 일본 당국 ‘KDD +,제이컴’ 승인
△2013. 9 독일 당국 ‘보다폰 + 카벨도이체란드’ 승인
△2014.7 독일 당국 ‘보다폰 + 오노’ 승인
△2014.11 프랑스 당국 ‘뉴머리커블+SFR’승인
△2015.4 스페인 당국 ‘텔레포니카 + 카날플뤼스’ 승인
브라질 및 포르투갈 당국 ‘알티스 + 포루투갈 텔’ 승인
△2015.7 미국 당국 ‘AT&T + 다이렉트 TV’ 승인
△2016.2 벨기에당국 ‘텔레넷 + 베이스’ 승인


공정위의 심사 이후 바통을 이어받아 M&A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던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측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미래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껏 방송업계나 통신업계에서 M&A가 아예 불허된 적은 없다”며 “이 정도 수준의 조치라면 사전 협의를 하거나 최소한 분위기라도 알려줬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방통위 관계자도 “근래에 선진국에서는 방송통신사 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는 국제적 흐름에 비춰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정위 심사보고서 내용이 확정될 경우 KT의 독주가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CJ헬로비전은 “현재 유료방송시장은 1위인 KT(점유율 29.4%)가 2위 CJ헬로비전(14.8%)의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합병할 경우 거대 독점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양사 가입자를 합해 KT에 이은 2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민병권·김지영기자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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