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미 셰일업체, 원유시장 패권 장악하나

미국 가채 매장량, 사우디 러시아보다 많다는 분석 나와

가격 경쟁력 낮아 사우디 석유시장 주도권 유지될 듯

미국 내 경제성 있는 원유 가채 매장량(recoverable reserves)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보다 많은 세계 1위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셰일유전 개발 기술의 진화에 힘입어 장기적으로 미국이 글로벌 원유시장의 패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제기된다. 최소한 원유 시장을 주무르던 사우디의 가격 결정권과 시장 점유율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리스타드 에너지는 지난 3년간 전세계 유정 6만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의 가채매장량은 2,640억 배럴로, 사우디의 2,120억 배럴과 러시아의 2,560억 배럴을 앞지른다고 분석했다. 이란(1,430억 배럴)과 이라크(1,170억 배럴)에 비해서는 두 배 수준이다. 가채 매장량은 기술적ㆍ경제적으로 시추 가능한 원유 규모를 말한다.


또 사우디 주도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매장량은 8,230억 배럴인 반면 비OPEC 국가는 1조2,690억 배럴로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전 세계 총 가채 매장량은 2조1,000억배럴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재 연간 생산량 30억배럴의 70배 수준이다. 앞으로 70년 내에 석유가 고갈된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BP 등 대다수 기관들이 미국 매장량이 사우디, 러시아는 물론 캐나다, 이라크, 베네수엘라, 쿠웨이트보다 적다고 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리스타드 에너지도 확실히 증명된 매장량을 기준으로 할 경우 미국은 200억 배럴로, 사우디(700억 배럴), 러시아(510억 배럴), 이란(320억 배럴), 캐나다(240억 배럴)에 이어 5위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리스타드 에너지는 수압파세법 등 셰일오일 신기술 덕분에 앞으로 미국 내 채산성을 갖춘 유전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미국 매장량 가운데 절반 이상이 셰일 석유이고 텍사스에만 600억 배럴 이상의 셰일 석유가 매장돼 있다.

관련기사



이 때문에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가운데 하나인 미국이 ‘에너지 주권’ 독립 차원을 넘어 글로벌 석유 패권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지난 3월 미국의 원유 수출은 지난해 12월 40년만의 수출 금지 해제 조치 이후 4개월만에 8배로 늘었다.

하지만 사우디 영향력이 다소 쇠퇴해도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가채 매장량이 급증해도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비용이 지난 2년간 절반으로 줄며 일부 지역은 배럴당 40달러로 낮아졌지만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은 10달러도 되지 않지 않는다.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의 리처드 몰린슨은 “OPEC 국가들은 재정 수입을 유지하면서도 셰일업체들 경제성에는 맞지 않는 유가 수준을 유지하려 한다”며 “미국 부상에도 세계에서 가장 값싼 원유를 생산하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역할은 줄 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수년간의 석유전쟁 치킨게임에서도 사우디보다는 미 셰일업체가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컨설팅업체인 우드 매켄지는 저유가 지속에 미 셰일업체를 중심으로 2015∼2020년 석유ㆍ천연가스 업계의 유전 탐사와 개발 비용이 1조 달러나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6월 OPEC 산유량은 하루 3,282만 배럴로 1997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석유 수출도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4.9% 늘면서 올해 사상 최대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최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