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신산업으로 반려동물, 할랄(이슬람)·코셔(유대), 가상현실(VR) 등을 지정하고 이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우선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도 관련 법 체계가 없어 ‘음지’에 있는 반려동물 산업을 제도권 내로 흡수한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반려동물 온라인 판매 허용이다. 지금도 4,000여개 업체가 인터넷에 동물 사진을 띄우고 구매자가 마음에 드는 동물을 분양받는 온라인 판매가 암암리에 성행 중이다. 관련 법이 없어 분양되는 동물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정부에 ‘반려동물 판매업’ 등록을 한 업체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다. 정부 관계자는 “운송 과정에서 동물 유린의 문제가 없도록 4·4분기 중 별도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물 간호사’라는 새로운 직업도 탄생한다. 지금까지는 동물 관련 지식이 부족한 보조인력이 동물병원에서 일을 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왔다. 반면 미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8만명, 2만5,000명의 전문직 동물 간호사가 존재해 체계적인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도 동물 간호사를 국가자격화하고 체온 및 심박 수 측정, 투약 등의 의료조치를 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설정할 계획이다.
반려동물 분양업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 위생 등을 정부가 직접 관리·감독하기로 했다. 일부 업자들이 좁은 공간에서 동물에게 발정유도제를 투여하는 등 ‘강아지 번식 공장’을 운영해왔는데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표준시설기준을 마련한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급속한 성장이 예상되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1조8,000억원이었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오는 2020년에는 5조8,000억원까지 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내수에 반려동물 산업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세대 신산업으로 급부상하는 VR 육성책도 나왔다. VR는 디스플레이장치를 머리에 쓰면 영상·음향 등이 구현돼 생생한 가상체험을 즐길 수 있는 기술이다.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 스퀘어를 ‘VR 클러스터’로 지정하고 관련 기업에 입주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200억원 규모의 VR전문펀드도 만들어 VR 게임·교육 등 콘텐츠를 만들거나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을 지원한다. 아울러 기업이 신성장산업과 관련된 연구개발(R&D)을 하면 비용을 법인세 등에서 깎아주는 ‘신성장 R&D 세액공제’ 대상에 VR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무슬림 관광객을 위해 인프라도 확충한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2010년 38만명 수준이던 방한 무슬림 관광객은 지난해 74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불었다. 하지만 할랄 인증 식당은 전국에 12곳, 기도시설은 32곳에 불과하다. 할랄 한식당을 육성하고 전국 공항·호텔에 기도실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또 테러와 무관한 국가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한다. 2,500억달러(약 290조원)로 추산되는 코셔식품 시장을 잡기 위해 식품인증정보 제공 등도 강화한다. 코셔식품도 할랄식품과 같이 돼지고기를 금지한다.
다만 정부가 여러 정책을 내놓았지만 매끄럽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할랄 산업 육성으로 이슬람 문화와 인적교류가 늘며 테러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정서적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문화가 빠르게 유입되면 자칫 종교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