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서별관회의 소모전에 '길잃은 구조조정'

'밀실회의' '분식 은폐설' 등

野·시민단체 선정적 공격에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흔들

산은은 채권단에 입김 안먹혀

"컨트롤타워 기능 유지하되

서별관회의 속기록 남겨

관료들에 책임 부과" 지적도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을 논의했던 서별관회의에 대한 야당과 시민단체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기업 구조조정의 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서별관회의 안건 자료와 대우조선 거제조선소 전경.  /서울경제DB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을 논의했던 서별관회의에 대한 야당과 시민단체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기업 구조조정의 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서별관회의 안건 자료와 대우조선 거제조선소 전경. /서울경제DB


지난해 10월 한 시중은행 이사회에서는 기업금융 책임자들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문제가 한참 불거지던 시점. 대우조선 여신에서 미리 발을 빼지 못한 책임자들을 향해 고성이 오갔다. 한발 앞서 부실 냄새를 맡은 시중은행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조선 여신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렸다. 대우조선이 본격적인 유동성 위기를 맞기 시작한 것이다. 모 시중은행 창구에서는 대출 연장이 안 되자 대우조선 관계자들과 은행원들 사이에서 욕설이 오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혼돈 속의 구조조정은 지난해 10월22일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대우조선 정상화’로 입장을 모으며 정리됐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들에 대우조선에 대한 대출 및 기한부어음(Usance·유전스) 한도를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복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구조조정이 기본적으로 손실부담의 과정인 만큼 채권은행들도 경영정상화 방안에 참여하라는 메시지였다. 동시에 국책은행 중심으로 4조원 이상의 지원을 하겠다는 방안이 발표됐다.

당시의 대우조선 정상화 지원 결정이 적합했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서별관회의가 기록이 아예 남지 않는 밀실 회의라는 점,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등 다른 구조조정 시나리오에 대한 구체적인 비용 추정과 분석이 있었느냐는 점 등은 앞으로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던 ‘서별관회의’의 존재 필요성부터 시작해 ‘분식회계 은폐설’ 등 선정적 공격까지 거세지면서 기업 구조조정의 틀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변양호 신드롬’이 다시 회자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재벌 기업에 특혜를 준 것도 아니고 4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 그것도 정부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기업을 살려보겠다고 한 것에 대해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면 관료들은 앞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재벌이 부실기업 ‘꼬리 자르기’를 하면 온 나라가 매도하면서 정부가 소유 기업을 살려보겠다는 시도에 대해서는 반대 잣대를 들이댄다는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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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업 구조조정의 특성상 정부 관료들이 몸을 사리면 구조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별관회의가 비공식 회의기 때문에 장관들이 정말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일정 부분 양보도 할 수 있었다”며 “이런 측면 때문에 감사원도 서별관회의에서 논의된 것은 웬만하면 추후 책임을 추궁 안 해 관료들이 보다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총대를 메고 있는 산업은행 역시 서별관회의 논란으로 힘이 급격히 빠지고 있다. 어떻게든 채권단 이탈을 막아야 하는 것이 주채권은행의 의무 중 하나인데 채권은행 사이에서는 물론 기업들과의 관계에서도 상처 입은 산업은행의 입김이 먹히질 않는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조선사 선수급환급보증(RG) 등에서 철저히 발을 빼며 국책은행에 모든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이 어느 때보다 절박한 현시점에서 서별관회의를 둘러싼 소모전이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별관회의에도 일부 투명성을 확립해야 하지만 컨트롤타워의 기능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속기록을 남겨 관료들에게 책임감을 보다 부과하되 그걸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는 대신 향후 권한이 있는 감사원 등이 볼 수 있도록 만드는 절차는 필요하다”면서도 “기업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로서 서별관회의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거나 지난해 당시에는 추정이 어려웠던 분식회계 은폐설 등으로 갈등을 몰고 가는 것은 생산적인 논의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홍우·조민규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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