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先법정관리 後자금지원...새 구조조정 모델 검토

법정관리·자율협약 장점 결합

산은 '팬오션방식' 제도화 나서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방식의 기업 구조조정 실패 사례가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산업은행이 법정관리와 자율협약의 장점을 결합한 제4의 구조조정 방식인 ‘크레디터스 트랙(Creditor’s track·가칭)’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법원 파산부와 채권단 간 협의로 법정관리를 통해 먼저 기업의 빚을 과감히 털되 이후 채권단이 운영자금을 투입하는 이른바 ‘선(先) 법정관리, 후(後) 채권단 지원’ 방식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신규 자금 지원은 없다는 기존 원칙을 깨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팬오션이 이런 방식의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난 후 채권단 사이에서도 자율협약·워크아웃·법정관리에 이어 제4의 구조조정 모델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현재 첨예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서는 이 방안을 도입하기가 다소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법원의 법정관리 인가와 주채권은행의 신규 자금 지원 등이 혼합된 기업회생 절차인 ‘크레디터스 트랙’ 제도화에 나섰다. 구조조정의 최일선에 있는 산업은행이 새로운 구조조정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채권단 주도의 자율협약과 워크아웃만으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정상화시키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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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의 주된 구조조정 수단이었던 자율협약은 최근 기업 회생은 담보하지 못한 채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관치 금융이나 정치 금융이 개입될 여지도 크다. 반면 법정관리의 경우 협약 채권뿐 아니라 상거래 채권 등 모든 채무를 대상으로 채무 재조정을 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부채를 확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신규 자금 지원이 어렵고 기존 거래 관계가 끊겨 정상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팬오션에 적용됐던 것과 같은 법정관리의 일괄적인 채무 재조정과 자율협약의 신규 자금 지원 등이 결합된 새로운 구조조정 모델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자율협약은 돈 먹는 하마”…힘 받는 ‘팬오션식 회생안’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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