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경기를 마친 공동 선두에 1타 뒤진 상황에서 맞은 마지막 18번홀(파5). 티샷을 페어웨이로 잘 보낸 박성현(23·넵스)에게 선택의 순간이 왔다. 직접 그린을 노리느냐, 두 번째 샷을 끊어간 뒤 세 번째 샷으로 홀 가까이 붙이느냐의 갈림길이었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박성현의 선택은 전자였다. 2타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리면 최소 버디를 잡아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거나 짜릿한 끝내기 이글로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계산인 듯했다. 그러나 220야드를 남긴 지점에서 17도 하이브리드클럽을 떠난 볼은 아쉽게도 약간 왼쪽으로 향하더니 워터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난생처음 US 여자오픈에 출전한 박성현의 우승 도전이 멈춰 서버린 순간이었다.
박성현이 여자골프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제71회 US 여자오픈에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마틴의 코르데바예 골프장(파72·6,784야드)에서 끝난 대회 4라운드에서 박성현은 2오버파 74타(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의 기록으로 양희영(27·PNS창호), 지은희(29·한화),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비록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기록해 우승 꿈이 좌절됐지만 박성현이 월드 클래스’의 경기력을 세계 골프계에 당당히 입증해 보인 일주일이었다. 박성현은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4승을 거두며 ‘대세’로 자리 잡았으나 미국에서 대회를 치른 것은 이번이 네 번째였다. 호쾌한 스윙과 장타에 터져 나오는 현지 갤러리의 탄성은 TV 중계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번 대회 박성현의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는 261.2야드로 출전자 중 4위였다. 1위는 267.4야드의 저리나 필러(미국). 정교한 쇼트게임과 그린 플레이도 최정상급 선수에 뒤지지 않았다. 2라운드에서는 6언더파를 몰아쳐 선두에 나섰고 이날도 1타 차 공동 2위로 출발해 기대를 모았다.
마지막 홀 결정에 아쉬움은 없었을까. 박성현은 “우승을 못해 당연히 아쉽지만 이번 대회에서 내 전략대로 맞아떨어져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마지막 홀에서는 티샷이 원했던 곳에 떨어졌고 그린을 노렸는데 약간 두껍게 맞으면서 클럽이 닫혔다”고 설명했다.
우승은 브리트니 랭(미국)에게 돌아갔다. 랭은 최종합계 6언더파로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와 공동 선두로 마친 뒤 3개 홀(16~18번) 연장전에서 합계 이븐파를 기록, 81만달러(약 9억3,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져온 한국(계) 선수의 US 여자오픈 우승 행진은 중단됐다. 그동안 유소연, 최나연, 박인비, 재미교포 미셸 위, 전인지 등이 트로피를 챙겼다. 노르드크비스트는 연장 두 번째인 17번홀 벙커에서 클럽헤드를 모래에 댔다는 판정(2벌타)을 받아 3오버파로 무릎을 꿇었다.
전날 1타 차 선두에 올랐던 리디아 고는 1위를 지키던 8번홀(파3)에서 보기, 9번홀(파5)에서는 해저드에 볼을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적어낸 끝에 시즌 두 번째 메이저 우승 기회를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