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욱(사진) 동국제강 부회장은 요즘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 대신 여느 일반 직원처럼 얼굴 사진이 들어가 있는 출입증을 목에 걸고 다닌다. 오너 3세 경영인이라면 굳이 출입증을 목에 걸고 다니지 않을 법도 한데 장 부회장은 그렇게 한다.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강조하는 장 부회장은 이른바 ‘5·6·7·8회’라는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동국제강이 을지로 페럼타워 본사 사옥 5~8층을 사용하는데, 한 층당 임직원 한두 명을 ‘번개’로 초청해 일주일에 한두 차례 저녁 모임을 갖는 데서 이름을 땄다.
구조조정 일환으로 동국제강과 자회사인 유니온스틸이 통합하면서 임직원 소통을 강화하자고 한 것이 모임의 계기가 됐다. 장 부회장은 지난 7일 열린 창립 62주년 기념식에서도 동국제강이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요소로 소통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동국제강이 임금피크제 도입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분규 없이 타결시킨 것도 이런 소통 노력 덕이다.
장 부회장은 ‘소통 경영’과 병행해 동국제강의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과감하고 빠르다. 대표적인 게 포항 후판 공장 정리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2년 연산 100만톤 규모의 포항 후판 1공장을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보다 큰 190만톤 짜리 후판 2공장을 멈춰 세웠다. 현재는 연산 150만톤 규모의 당진 후판 공장만 가동하고 있다. 장 부회장은 “왼쪽 팔 하나 잘라도 살아갈 수 있다. 아픈 게 싫어서 망설이다 보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자신 있는 컬러강판(냉연)이나 봉형강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이런 사업 재편 노력은 가시적인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동국제강은 지난 2·4분기 매출이 1조1,657억원, 영업이익은 99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8.5%에 이른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컬러강판과 철근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이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2월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한 코일 철근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연산 10만톤 규모의 컬러강판 증설 공사를 3분기 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