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라면 자신만의 키워드 하나쯤은 갖고 있다. 자동차 생산설비 업체로 출발해 친환경설비와 신소재 업체로 변신하고 있는 화인의 이상준(사진) 화인 대표가 품은 키워드는 ‘국산화’다. 기술이 없어 수입에 의존하는 물건을 자체 기술을 개발해 국산화한다면 시장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이 지금의 강소기업 화인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13일 부산 강서구 화전산단에 있는 화인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어떻게 하면 국산화에 성공해 공급비용을 줄이고 시장을 선점할지 고민했던 것이 사업의 출발점이었다”며 “화인의 3개 포트폴리오를 균형 성장시켜 오는 2019년까지 총매출 3,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인의 사업부는 크게 △자동차기계사업부 △환경사업부 △신소재사업부로 나뉜다. 지난해 말 현재 각 사업부별 매출비중은 6대 2.5대 1.5 수준이다. 사업의 출발점이었던 자동화기계사업부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오는 2019년까지 대등한 수준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계획이다.
그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포트폴리오 효과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후발사업인 환경과 신소재 쪽 전망이 밝아서 3개 사업부 간 키 맞추기를 이룬다면 안정적 사업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인은 지난해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됐다. 매출규모가 500억원 수준인 회사가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기술력만큼은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다. 화인의 주력인 자동차부품 세척기는 2012년 지식경제부가 뽑은 ‘세계 일류상품’에 지정됐으며 국내외 납품실적 최다보유(1,500여건) 기록을 갖고 있다.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강소기업 반열에 올라섰지만 화인이 탄탄대로만 걸어 온 것은 아니었다. 외환위기 때는 일감이 사라지고 현금이 돌지 않아 회사의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화인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단 한 번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대신 노사가 합심해 임금삭감과 임금 추후지급을 받아들여 데스밸리를 넘겼다. 오히려 이때 환경사업의 필수 장비인 원심분리기 국산화 연구에 매달려 성공시켰다. 위기를 기회로 살린 것이다.
이 대표는 “힘든 시기에도 한 명도 해고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경영진과 종업원이 고통을 분담했기 때문”이라며 “회사에 돈이 없어 지급을 미뤘던 임금은 1년 만에 전부 되돌려줬다”고 말했다.
화인은 오는 2019년 매출을 3,000억원으로 끌어 올린 뒤 2024년에는 1조원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다. 이 대표는 목표달성을 자신했다.
그는 “본업인 자동화설비 사업부의 경우 5년 안에 10대 완성차 메이커 모두와 거래선을 트는 것이 단기목표”라며 “이렇게 되면 현재 65% 수준인 현대기아차 비중을 50%선까지 내려 포트폴리오 분산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최근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박근혜 대통령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에 동행했다. 이번 방문에서 뜻밖의 희소식도 얻었다.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보트사업 부문에서 대규모 수주계약 소식이 예정돼 있다.
이 대표는 “우리가 만든 방위산업용 해안경비정과 고무보트가 아프리카 현지에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며 “수주계약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이 실현되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탑재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박해욱·강광우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