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과 남중국해 영유권 재판 결과를 둘러싸고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주한미군이 도입할 사드에 대해서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선 효용성이 크지 않다. 북한이 동시다발적인 미사일 공격에 나설 경우 사드 1개 포대의 요격미사일 48발(발사대 6기)로는 제한적인 역할만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보다는 미군 방호용 성격이 강하다. 최대요격 거리가 200㎞여서 경북 성주에 배치할 경우 평택·오산·대구 등 핵심 미군기지와 유사시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미군 증원전력의 안전을 담보하는 게 일차적 목적이다. 수도권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배치된 패트리엇미사일로 요격하거나 북한군의 공격을 받은 뒤 다연장포·전투기 등을 동원해 공격 원점을 타격하는 수밖에 없다
반면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 공조를 균열시키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보복성 조치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드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전경련이 반대 의견을 냈던 이유다. “한중관계는 솔직히 끝났다고 본다”(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는 발언마저 나온다. 중국이 북한으로 기울면 대북제재의 실효성도, 북핵 포기도 성공할 수 없다. 북한과 김정은의 몸값은 올라가지만 우리는 미중 간 패권경쟁이 고조되면서 ‘내 편에 서달라’는 선택을 강요받기 십상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얻은 게 많다. 사드 배치는 우리가 미일 미사일 요격망(MD)과 통합 군사지휘체계로의 편입을 상징한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에 집단자위권을 빌미로 개입하지 마라고 할 여지도 거의 사라진다. 군사·방위주권 행사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중국은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겨냥한 것’이라는 한미 양국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미일 공동 방어체계의 한 부분으로 볼 뿐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엎질러진 물’인 것 같다. 그래서 북한 핵 등 대북제재를 통해 우리가 얻으려는 게 무엇인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고 핵탄두 소형화 기술만 확보하면 그 누구도 무시 못할 명실상부한 핵미사일 보유국이 된다. 수십㎞ 상공에서 요격해도 치명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 핵무장을 억제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대북 강경노선을 걸어왔다. 핵 개발을 막지 못할 게 뻔하다면 대북정책의 수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해온 중국이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패소한 것도 우리에게는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중재판결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보는 중국의 시각 때문이다.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될수록 우리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재재판소의 판결이 독도 영유권, 이어도 해역 등에 대한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획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어도 문제는 중국과 직접 맞부딪쳐야 하는 사안이다.
중재재판소의 판결은 독도가 200해리 EEZ를 생성하는 섬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살지 않거나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암석(Rocks)’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이어도에 대해서는 중국이 인공섬을 건설하며 영유권을 주장하다 패소한 남중국해 스프래틀리(난사)군도의 암초들과 마찬가지로 썰물 때만 물 위로 노출되는 ‘간조 노출지’, 즉 빈 바다여서 EEZ를 생성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있다. 정부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껄끄러운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재재판소 판결은 강제력은 미약하지만 중국에는 상당한 압력이 될 수밖에 없다. 판결이 ‘만장일치’로 이뤄졌고 난사군도 영유권 분쟁에 대한 첫 국제법적 판결이라서다. 중국 같은 나라를 상대하기에는 유엔 해양법협약 등 국제법에 따라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보편타당한 국제질서와 가치에 기대는 게 훨씬 유리하다. 중국에도 국제법과 보조를 맞추며 그런 역할을 하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그게 난세를 헤쳐 나가는 유일한 해법 아닐까.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