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력 판매시장 민간개방 - 찬성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신사업자에 길 터 줘 전력산업 선진화

정부가 한국전력이 55년 동안 독점해온 전력 판매시장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전력 소매시장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해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력 판매시장 기능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한전의 전력 판매 독점구조가 깨지면 다수의 민간 사업자가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기를 사다가 팔 수 있게 된다. 찬성 측은 전력 판매시장 일부만 개방해 영향이 제한적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요금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측은 주로 대기업들이 판매시장을 선점할 경우 처음에는 가격을 낮게 책정하더라도 결국에는 수익성을 내세워 전기요금을 올려 서민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의 일환으로 전력시장 판매 부문을 민간에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각에서는 전기요금의 인상, 전력산업의 민영화 같은 여러 이유로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전력 판매시장의 개방은 선진화된 전력산업이 나아갈 방향이며 소비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전된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정부가 발표한 전력 판매시장 민간 개방을 두고 한전 판매 부문의 분할 또는 민영화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 방안은 한전의 판매 부문을 여러 개로 쪼개 경쟁시키자는 것이 아니며 이 중의 일부를 잘라서 민간에 매각하자는 것도 아니다. 한전은 여전히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가장 큰 사업자로 있을 것이며 그 독점적 지위 또는 시장지배적 지위도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에너지 신산업 사업자에게 판매 부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약간의 길을 터준다는 정도의 의미다. 예를 들면 태양광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일반 소비자 또는 기업에 판매할 수 있도록 기업형 프로슈머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주 제한적으로 전력 판매시장을 일부 민간 기업에 대해 열어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필자는 오히려 판매시장의 개방폭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제대로 효과가 발휘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는 판매경쟁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오해라고 생각된다. 즉 소비자들은 현재 한전이 공급하는 요금을 선택할 수도 있고 새롭게 판매 부문에 참여하는 사업자들로부터 살 수도 있게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해 고르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인상되리라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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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전력 소비자들에게는 더 좋은 옵션으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 결과 현재 한전의 전기요금 약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방식의 전기요금 체계가 제시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인 또는 2인 가구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적어서 기본요금은 싸지만 사용량 요금은 비싼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으며 반대로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의 경우는 기본요금은 비싸되 사용량 요금은 싼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소비자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다소의 정전 가능성을 감내하는 저렴한 요금제와 반대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하는 높은 요금제 중에서 선택할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전력 판매회사가 여름철 전력 피크 때 에어컨 소비를 자율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요금을 다소 싸게 할 수 있는 옵션도 제시될 수 있다.

이번 판매 개방으로 주택용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지나치게 높은 요금을 낸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맞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용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요금을 적용해 주택용 소비자는 높은 요금을 내고 있고 산업용과 농업용 소비자들은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싼 요금을 지불한다. 이른바 소비자 간 교차보조가 심하다. 주택용 소비자들의 경우 누진요금은 6단계까지, 누진율은 최고 11.7배에 이르고 있다. 100kwh를 사용한 경우와 그 10배인 1,000를 사용한 경우를 비교하면 부가세까지 포함할 때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무려 73배의 차이가 난다. 주택용 소비자에게는 요금 폭탄이라는 말이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전력의 판매 개방은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나 한전도 이런 요금제도를 개선하고 싶어도 정치권과 국회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판매 개방으로 자연스럽게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판매시장 개방은 소비자선택권의 확대를 통해 전력 서비스를 다양하게 소비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요금제를 설계하고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전도 최대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독점사업자로서 지나치게 안일하게 사업을 영위했던 한전도 판매 개방에 따라 창의적인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내놓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된다. 판매 개방은 새로운 판매사업자가 물꼬를 터서 전력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무엇보다도 서비스 개선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는 ‘메기효과’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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