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강제노역 피해자 '만득이' 19년만에 칠순 노모와 상봉

지적 장애인 고씨가 12년간 강제 노역을 하며 숙식을 해결해온 쪽방의 모습이다./연합뉴스지적 장애인 고씨가 12년간 강제 노역을 하며 숙식을 해결해온 쪽방의 모습이다./연합뉴스


19년 전 행방불명된 뒤 12년간 남의 집 축사 쪽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임금도 받지 않은 채 소를 키우는 강제노역을 해온 지적 장애인 ‘만득이’ 고모(43)씨가 19년만에 어머니(77)와 상봉했다.

어머니 역시 고씨처럼 지적 장애 2급이었지만, 칠순의 노모는 19년 만에 만난 아들을 보자마자 기쁨의 눈물을 흘려 지켜보던 경찰과 마을 주민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경찰은 극도의 불안감과 대인기피증을 겪는 고씨의 강제노역에 대한 피해를 조사하는 데 앞서 가족을 찾아주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했다. 지난 14일 9시께 경찰은 목욕을 한 후 깔끔하게 차려 입은 고씨를 어머니 집에 데려다 줬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이장과 주민 10여명은 마을입구에서부터 그를 기다렸다가 반겼다. 이장은 수박까지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고씨의 어머니는 방 2칸짜리 작은 단독 주택에서 누나와 함께 살고 있었다. 1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모자는 곧바로 서로를 알아보고 눈물의 상봉을 했다.

고씨 어머니는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어디 갔다 이제왔느냐”며 “많이 찾아다녔다”는 말과 함께 고씨를 끌어안고 놓을 줄 모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어머니는 또렷하게 “주민등록 말소도, 사망신고도 안 하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고씨 역시 어머니 품에 안겨 어눌한 말투로 “나도 알어. 알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극도의 불안감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고씨는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해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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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모자의 눈물의 상봉은 20분간 계속됐고 이를 지켜보던 이들도 모두 눈물을 흘렸다. 모자는 이장이 준비한 수박을 먹으며 무려 19년만에 같이 잠들 수 있었다.

경찰은 고씨를 진료하고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장애인복지시설을 찾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가 병원이나 시설에서 일정 기간 머물며 전문가 상담 등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되찾으면, 어머니 집에서 함께 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씨가 안정을 찾은 후 고씨에게 12년간 돈 한 푼 주지 않고 강제노역을 시킨 부부에 대해 학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라고 알렸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

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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