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기억 속 교실 칠판 위에는 ‘정숙’이라고 새겨진 액자가 걸려 있었다. 그 두 글자가 주는 압박감 때문인지 선생님의 “질문 있는 사람?”이라는 물음에 용기 있게 손을 드는 친구는 몇 없었다. 소통과 협업이 중시되는 사회를 살아가게 될 지금의 학생들은 ‘정숙’하지 않도록, 자유학기제 동안에는 토론·실습·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참여형으로 수업을 개선하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실시해 질문과 대화가 넘쳐나는 학교를 만들고자 한다.
최근 자유학기제 학부모 토크콘서트를 개최하며 들은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가 있다. 한 선생님은 자유학기제를 ‘신혼’이라 정의했다. 학생들은 ‘신’나고 선생님은 ‘혼’난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수업을 자기 주도적으로 하면서 여러 활동을 통해 자극을 받게 돼 신이 나고 선생님들은 기존의 수업과 평가 방식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준비하고 시행하면서 혼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혼나고 있는 선생님들도 초임 시절에 느꼈던 반짝이는 학생들의 눈빛을 다시 볼 수 있는 보람으로 행복해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유학기제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사례들도 자주 이야기 듣고 있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로봇카 체험 이후 공학 분야로 진출할 꿈을 가지게 된 학생이 나타나는가 하면, 한 학생은 공기소총 체험 중 끼를 발견해 사격선수로 발탁됐다. 얼마 전에 신상중학교에 들렀을 때에는 학생들이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후 고학년이 됐을 때 강의식 수업은 재미없으니 토론식 수업으로 해달라고 요청해 고학년 수업들도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처럼 자유학기제는 단순히 학생들이 꿈과 끼를 찾을 수 있게 돕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 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현장에 갈 때마다 선생님들은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다고 하면서도 이 제도는 정말 잘 정착될 필요가 있다며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모두 하나같이 “아이들이 변했다”고 하는데 변한 것은 오히려 학부모와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장의 자발적인 변화를 볼 때면 자유학기제는 그 자체의 성공을 넘어 우리나라 공교육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영 교육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