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집회가 열린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 35도에 육박하는 기온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씨지만 조합원들의 열기는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더운 날씨 탓인지 자리를 채우는 것만도 힘겨워 보였다. 예상인원인 5,000명에는 한참 모자라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노동계의 정치파업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여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현대자동차는 이번주 나흘간 이어진 파업으로 2,500억원 규모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더욱이 기아자동차의 경우 목적 및 절차상 정당하지 않음에도 파업을 강행했다. 그들만의 파업이라는 것은 현대·기아차 등 핵심 사업장 일부만 참여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노동정책 반대’ 연대파업 행보
“밥그릇 지키기 몰두” 비난 여론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는 완성차 가운데 현대·기아차만 부분파업(2~8시간)으로, 조선 8사 가운데 현대중공업·성동조선만 부분파업(6~7시간)으로 가담했다.
금속노조는 파업 목적으로 △일방적인 조선업 구조조정 중단 △현대차그룹의 성실한 그룹사 공동교섭 참여 △정부의 노동개악 철회 등을 내걸었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재벌개혁과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제조업발전특별법 제정, 단협 개악안 철회 및 생활임금 보장 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근로조건 향상 목적이 아닌 노동정책 등에 반대하는 정치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힌 셈이다.
정부는 이날 파업에 대해 임단협 파업에 돌입한 사업장이 한데 모여 기획파업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해 명백한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했다. 파업 목적이 노동개혁 폐기 등을 요구하는 상급단체의 총파업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어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반면 금속노조는 공동교섭 결렬 후 조정신청과 찬반투표를 거쳤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맞섰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단협 교섭 이후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노조의 찬반투표와 조정절차는 임단협 교섭이 아닌 공동교섭에 대한 것이었고 공동교섭은 노조법 제2조 5호에 규정된 노동쟁의라고 볼 수 없어 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아차 쟁의권 확보 못한채 투쟁
정부 “정당성 없어…엄정대응”
현대·기아차그룹 노조의 공동교섭은 회사별로 근로조건과 지불능력 등 경영환경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투쟁 명분과 산별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요구로 풀이된다. 현대차 조합원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할 정도다.
이날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는 나흘째 동시 파업을 이어갔고 일부 조합원들은 상경투쟁에 나섰다. 현대차는 이날 파업으로 6,200여대(1,300억원 규모)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하는 등 지난 19일부터 벌인 파업으로 모두 1만1,600여대(2,500억원)의 생산차질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7일에도 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해 밥그릇 지키기에만 몰두한다는 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가 어려운 국면인데 노조가 반대만 내세울 게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중심으로 사용자와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공동교섭 요구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범위에서 고려해야 하며 연대파업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세종=황정원기자 박진용기자 울산=장지승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