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북중 외교수장, 같은 비행기로 도착, 같은 호텔 묵어

라오스 도착하며 북중 '친밀' 연출..

왕이 도착 후 “안부나눴다”…주북 中대사, 리용호 전송도 이례적

북중 이해관계 맞았나...‘사드·남중국해’ 불만-대북제재 균열

라오스에서 24일 본격 시작된 아세안(ASEAN) 관련 회의에서 북한과 중국이 한층 가까워진 모습을 연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나란히 같은 비행편으로 라오스에 도착한데다, 현지에서 체류하는 숙소까지 같기 때문이다.

리 외무상과 왕 부장은 이례적으로 같은 비행편인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를 타고 비엔티안 와타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전날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한 리 외무상이 하루 뒤 중국 쿤밍에서 왕 부장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라오스로 이동한 것은 북중 양측간에 계산된 행보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공항 도착후 왕 부장은 취재진에게 리 외무상과 같은 비행편을 타고 왔다면서 “안부를 나눴다”고 밝혔다. 또 라오스에서의 북중 외교장관 회담계획에 대해 왕 부장은 “통지시까지 기다려달라”고 했고, 리 외무상은 고개를 끄덕여 북중간 회동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치기도 했다.

북중관계가 최악이었던 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북중 외교수장간 만남이 끝내 불발된 것과 비교할 때, 올해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리 외무상과 왕이 부장은 라오스 체류 기간 비엔티안 시내의 같은 호텔에 묵는다. 이 호텔에는 북한과 중국을 비롯한 10개국 대표단이 머무르게 된다.


전날 리 외무상이 출국할 때 리진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평양 순안공항까지 나와 출국하는 리 외무상을 전송한 것도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관련기사



북한과 중국은 서로의 필요에 따라 이 같은 친밀한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아세안 관련 회의 기간 벌어질 외교전에서 양측이 사안별로 공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입장에서는 최근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주한미군 배치 결정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한편,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중국과 대척점에 있는 아세안 국가 및 미국, 일본에 맞서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외교적 고립을 맞고 있는 북한으로서도 이번 회의 기간 동안 중국과 친밀을 과시하는 것이 결코 손해 볼 것이 없는 선택이다. 북한은 중국과의 친밀 과시를 넘어 공세적인 외교전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 내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는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중러의 주장을 적극 옹호함으로써 한중간에, 또 한미와 중러간에 갈등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