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기금을 풀어 받으러 가보면 전부 막혀 있어 받을 것이 없습니다. 그냥 앉아서 회사 식구들하고 다 같이 죽으란 이야기 아닙니까.”
부산지역의 한 조선 기자재 업체 대표는 조선업 위기 장기화로 회사가 벼랑 끝에 서 있지만 정부의 기금 지원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며 이 같이 하소연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금융권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조선 기자재 업체를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특례보증을 지원하는 통 큰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부산지역 대다수 조선 기자재 업체들이 신용대출과 보증 한도 초과 상태로 심각한 자금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부산시는 24일 지역 조선업의 극심한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달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5개월간 1,000억원(100% 전액보증) 규모의 조선 기자재 업체 자금보증 특별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조선 기자재 업체 특별자금 보증지원 시책은 신용대출 및 한도 초과로 현재 더 이상의 금융권 추가 대출이 어려운 지역 우수 조선 기자재 업체를 대상으로 기존 대출 및 보증 한도와 관계없이 부산시가 전액 보증 지원하는 특단의 자금지원 대책이다. 부산시가 50억원을 특별출연하고 출연기관인 부산신용보증재단이 20배를 보증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출한도는 기존 업체는 5억원, STX 채권 미회수 업체는 최고 20억원까지로 부산지역 조선 기자재 업체 449개사 중 250여개 업체에 대해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부산시는 보고 있다.
신규 보증대출 금리는 2.47% 고정금리이며 보증수수료인 보증요율도 1% 수준에서 0.4%로 낮췄다.
앞선 부산시는 지난 5월 조선·해운업계 지원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 운전자금을 200억원 증액한 1,800억원으로 늘렸으나 6월 기준 13개사에서 35억원을 받아가는 등 대다수 조선 기자재 업체들이 금융권의 대출만기 연장 거부나 신규 대출 불가로 대출 실적이 저조한 실정이다.
부산조선해양기자재협동조합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들의 구조조정과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여파로 지역 대부분의 조선 기자재 업체들이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심각한 자금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번 특례보증은 일시적인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반겼다.
부산시는 이번 대책을 비롯해 조선 기자재 업체 해외 마케팅 집중 지원, 실직자 원스톱 취업 지원, 정부 차원의 계획조선 조기 발주 건의 등 ‘부산지역 조선업 특별지원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번 조선업 특별지원 종합대책이 지역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산업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시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