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없다’ ‘숭구리당당 숭당당’ ‘있을 때 잘해’ ‘밥 먹고 합시다’…. 1980~1990년대 코미디언들은 이렇게 듣기만 해도 ‘빵’ 터지는 유행어를 만들며 스타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예능이 트렌드가 되면서 정통 코미디들은 대부분 사라졌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은 희극인들이 의기투합해 다시 한번 ‘코미디의 르네상스’를 이뤄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BICF가 올해로 4회를 맞는 가운데 여성으로는 처음 BICF 연출을 맡은 송은이(43·사진)씨를 최근 서울 청담동 FNC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코미디언들이 힘을 모아 침체에 빠진 코미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오는 8월26일부터 9월3일까지 열리는 올해 BICF를 알리기 위해 그는 20년 만에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섰다. 현재 방송 중인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KBS)’ ‘웃음을 찾는 사람들(SBS)’ ‘코미디 빅리그(tvN)’ 등에 불과하다. 올해 23년 차 희극인인 그는 이에 대해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심지어 이제 방송사에 희극인실이 남아 있는 곳도 거의 없다. 재능 있는 후배들마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BICF 개최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경규·박명수 등 정상급 개그맨들도 취지에 공감해 BICF에 대거 참석한다. 특히 이경규는 ‘이경규 쇼’를 선보인다. 송은이는 “윤형빈씨가 조심스럽게 이경규 선배님께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승락하셨다”며 “(이경규) 선배님의 출연만으로도 축제에 힘이 실리고 후배들이 커다란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심형래관 등 한국 코미디사를 대표하는 인물 전시관도 마련되며 김원효·김지민·박나래·박휘순·양상국·양세형·허경환 등 10명이 홍보단으로 활약한다.
더 나아가 BICF와 한국의 코미디를 세계에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으로는 스탠딩 개그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식 콩트 코미디가 독특한 한류 콘텐츠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옹알스’는 지난 2014년 멜버른 국제 코미디페스티벌에 참석해 디렉터 초이스상을 받기도 했다. 송은이는 “팀의 집단창작을 통해 에피소드를 짜는 콩트식 코미디를 선보이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세계 어디에도 없는 참신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BICF는 국제 페스티벌에 걸맞은 외형도 갖추게 됐다. 홈페이지에서 영어와 중국어로 서비스되며 등대와 갈매기를 형상화한 ‘퍼니’와 ‘버디’라는 상징 캐릭터도 탄생한 것. 언어의 한계로 인해 그동안은 넌버벌 코미디언들만 초청했으나 이번에는 스탠딩 코미디 두 팀을 섭외했다. “통역 없이 진행되는 매우 실험적인 퍼포먼스가 될 거예요. 말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