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STX조선해양의 미래 현금흐름을 조사위원인 한영회계법인이 추정한 결과 회사가 청산을 면하더라도 앞으로 4년 동안 영업적자를 지속할 것이며 누적 적자 규모가 2,47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오는 2021년에야 소폭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생존까지는 당분간 험난한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수주 등이 없을 경우 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수익성 위주로 기존에 맺었던 선박 수주 계약 취소를 추진하고 있는 STX조선은 이런 줄기에서 홍콩 발레스, 싱가포르 나빅8과 같은 세계적인 탱커선사와 맺은 계약도 취소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25일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에서 관리인과 채권자, 조사위원인 한영회계법인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재판부의 회생 개시 결정에 따른 중간보고 성격으로 협력업체 대표자를 비롯해 이해관계자 400여명이 참석해 빼곡하게 자리를 메웠다. 5,000천만원 안팎을 사원 아파트에 보증금으로 넣은 일부 STX조선 직원들도 채권자 자격으로 설명회에 참석했다.
한영회계법인은 지난 6일까지 채권자들이 접수한 채권 신고를 토대로 채권 규모를 조사한 결과 그 규모를 총 7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회생담보권 8,700억원과 회생채권 6조7,000억원을 모두 합한 액수다.
STX조선이 파산했을 경우 이해관계자들이 ‘빚잔치’를 해야 할 액수가 실질적으로 7조5,000억원(공익채권 제외)에 이른다는 의미다. 한영은 이와 함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이 변제받아야 할 회생채권의 원금과 이자(회생절차 개시 전)에 대해 92.05%를 출자 전환하고 상거래채권에 대해서는 85.77% 출자 전환하는 변제계획안도 제시했다. 한영 측은 “회생담보권 변제율은 44.18%로 청산시 배당률 43.09%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회생채권 변제율은 회사가 유지됐을 경우가 6.84%, 청산 시가 7.05%로 청산했을 경우가 높지만 선수금환급보증(RG) 변제 등을 가정하면 회생채권 변제율이 31%로 높다고 설명했다.
한영회계법인은 18일 법원에 제출한 STX조선에 대한 중간 조사보고서를 통해 이미 STX조선의 계속 기업가치는 1조2,635억원, 청산가치는 9,473억원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이는 STX조선을 청산하는 것보다는 유지하는 게 경제성이 낫다는 판단이다.
한영 측은 나아가 STX조선이 회생 절차를 거쳐 사업을 계속 유지했을 경우 오는 2021년이면 70억원의 영업흑자를 낼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올해 182억원의 이익을 낸 뒤 2017년에는 32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2018년 1,222억원, 2019년 796억원, 2020년 315억원 영업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한편 설명회 사회를 본 주현우 STX조선 회생팀장(수석 부장)은 회사가 현재 보유한 선박 수주잔량이 53척이라고 확인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5월27일 기준으로 56건의 선박 건조 계약을 보유했지만 3건이 최근 인도됐다고 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선주사인 BW그룹, 영국 BP쉬핑, 홍콩 발레스, 나빅8 등과 맺은 수주 계약 대해서는 일부 계약 취소가 진행됐고 추가로 계약 취소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STX조선은 선박을 건조해 인도하더라도 과거 저가 수주와 비용 증가 탓에 적자가 확실시되는 선박에 대해서는 계약 취소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계약 취소 선박에 대한 보상, 상거래 채권에 대한 변제율 조정,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협의회 구성 등의 요구가 나왔다.
/창원=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