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가 아닌 실수였다.’
정부가 25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차량에 대한 인증취소 등 행정처분을 확정하기에 앞서 진행한 청문회에서 폭스바겐 측이 밝힌 입장이다. “판매중지·인증취소는 과도하다”며 “처분을 보류해달라”는 의견도 환경부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환경부는 “청문회는 행정적 절차였을 뿐 수개월간의 환경부 조사와 검찰 수사에서 명백한 위법 행위가 드러났다”며 “예정대로 다음달 초 판매중지를 통보할 계획”이라고 강행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이날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본부에서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 등 회사 관계자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열어 32개 차종 79개 모델의 인증서류를 조작한 사실에 대한 회사 측의 소명을 들었다.
폭스바겐 측은 청문회에서 “현재 운행 중인 차량의 안전이나 성능과 무관한 사항인 만큼 행정처분 방침을 재고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성능을 고의 조작한 것이 아닌 단순한 서류상 실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날 폭스바겐 측의 소명에도 다음달 2일 열리는 환경부 정례 브리핑에서 행정처분 방침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종 발표 전까지 아직 시간이 있지만 오래 검토해온 만큼 입장 변화는 없다”며 “판매중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검찰에서 전달한 32개 차종 79개 모델 중 27개 차종에 대해 판매중지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나머지 5개 차종은 단종 등의 이유로 폭스바겐 측이 현재 판매하지 않는 차량이다.
환경부는 판매중지와 함께 최대 240억원의 과징금도 부과한다. 하지만 25일 폭스바겐이 행정처분을 예고한 79개 모델에 대해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면서 과징금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우리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겠다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조치라는 분석도 있지만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 여론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1월 자동차 안전기준 위반에 대한 과징금을 10억원에서 100억원 한도로 상향한다는 내용이 담긴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오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인증 기준을 어기고 인증받은 업체에 차종당 최대 100억원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문제가 된 폭스바겐 32개 차종에 적용하면 벌금은 최대 3,200억원이 된다. 과징금 상한선이 업체 매출액의 3%인 점을 감안하면 약 1,000억원이 실제 부과액이 된다. 그러나 폭스바겐이 선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면서 개정법 적용 대상을 피해간 셈이 됐다. 이미 판매 중단한 차량에는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얘기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과징금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는지 밝혀내기는 힘들겠지만 그럴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며 “과징금 액수와 적용할 수 있는 법률에 대해 자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다음달 2일 행정처분을 내리면 폭스바겐 측은 곧바로 재인증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새로 제출한 서류에 이상이 없다면 통상 2주 내에 인증을 얻을 수 있지만 성능과 연관된 것이 밝혀지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된 서류를 가지고 오면 금방 재인증을 받겠지만 차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차량을 다시 검사해야 한다”며 “검사를 시작할 경우 연구소 인력이 제한돼 있고 폭스바겐 외에 다른 브랜드 인증도 밀려 있어 길면 최대 2년에 걸쳐 인증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