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이별 맞는 SKT·CJH '동상이몽'

'깔끔하게 헤어지자'는 SKT

인수합병 계약 해제 통보

심사취하서 제출도 검토

'잘잘못 가려보자'는 CJ헬로

"아직 합의 안됐다"분위기 냉랭

배임논란 의식 소송 가능성도

양사 이견에 미래부·방통위 '눈치'

심사종결 공식 선언시기 늦어져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로 인수합병이 무산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결별과정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SK텔레콤측이 ‘깔끔한 결별’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CJ헬로비전이 귀책 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관계 당국도 행정적 마무리 절차를 머뭇거리는가 하면 이번 빅딜을 위해 준비됐던 최대 1조원대 자금의 향방에 따라선 방송통신업계에 극한경쟁의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업계와 관계 전반에 후폭풍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당장 이별과정이 기업결합 과정 못지 않게 난항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26일 “미래창조과학부에 (기업결합에 관한) 심사취하서를 제출하는 것을 검토중”이라며 “CJ헬로비전과 협의를 잘 마무리해 단계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25일 CJ헬로비전측에 인수합병 계약 해제 사실을 통보한 상태다.


그러나 CJ헬로비전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 냉랭하다. 아직 계약해제 문제에 대해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SK텔레콤이 이번 인수합병의 정부 인·허가를 받고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양측간 계약 조항을 잘 지켜졌는지 의문이라는 게 CJ헬로비전측 주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수합병 계약 해제시 CJ헬로비전 기업가치 하락 등의 피해에 대해) SK텔레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벌일 지는 아직 미정”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소송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현 경영진이 배임 등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나마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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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기업결합에 대한 공식적인 심사종결 선언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채 눈치를 보고 있다. 공정위의 불허와 별도로 두 당국은 자체적인 심사를 하거나 심사 취소를 공식선언해야 하는 데 당사 기업들이 계약 파기를 공식화하지 않았으니 정책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해진 절차는 없지만 양사의 입장이 다른 만큼 추가로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심사 취소 선언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양측이 동상이몽하는 사이 SK텔레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우선 인수자금으로 준비했던 1조원대 자금의 처리 방향을 비롯해 경영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쟁사들은 SK텔레콤이 1조원대 자금중 상당액을 마케팅비용으로 투입해 인수합병 무산으로 실추된 시장 장악력을 되찾으려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혹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신기술분야의 국내외의 기업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기존 계약의 해제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다른 사업이나 기업 인수로 눈을 돌렸다간 CJ헬로비전으로부터 기존 계약의 진의를 의심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만약 SK텔레콤이 1조원 실탄을 마케팅에 대거 쏟아 붓는다면 이번 인수합병 소식에 반색을 했던 이동통신 및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사들은 다시 수세에 몰릴 수 있다. 앞서 렌터카 시장에서도 SK네트웍스가 SK렌터카 인수에 뛰어들었다 실패했지만 이후 영업강도를 공격적으로 높여 2012년 4.9%에 머물렀던 점유율을 2015년 9.3%까지 상승시키는 실적을 올린 전례가 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이별은 결합 추진 과정만큼이나 많은 난제를 안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각자 이동통신서비스와 유료방송시장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만큼 서비스 및 영업제휴 확대를 당분간 진행한 뒤 차기 정부에서 인수합병을 재시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양측은 “아직은 향후 협력에 대해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당장은 인수합병 계약 마무리를 잘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권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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