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佛 정신적 안식처 성당 노린 테러에 '종교전쟁' 우려

프랑스 사회 분노와 공포에 휩싸여

"신부의 목을 그어 살해..프랑스 사회 위협"

각국 정상들도 애도와 우려 표시

26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노르망디 루브래 성당 앞에서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의 공격으로 희생된 사제 등을 기리며 초를 밝히고 있다. /생테티엔=AFP연합뉴스26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노르망디 루브래 성당 앞에서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의 공격으로 희생된 사제 등을 기리며 초를 밝히고 있다. /생테티엔=AF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추종자들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루앙시 인근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을 공격해 80대 노신부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미사를 집전하던 사제를 타깃으로 삼은 IS의 이번 공격을 두고 민간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소프트타깃 테러가 ‘종교전쟁’으로 확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신적 안식처로 기능해온 성당을 공격한 일을 두고 프랑스 사회는 분노와 공포에 휩싸였다. 에르베 모랭 노르망디 주지사는 “단순히 한 사람이 숨진 게 아니라 신부의 목을 그어 살해한 사건”이라면서 “프랑스 사회를 위협하는 사건이다. 프랑스 사회는 위험에 빠졌다”고 말했다.

내부 결속력을 다져 테러와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사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프랑스는 힘을 모아 테러와 싸워야 한다”며 테러와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프랑스 국민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하지만 우리뿐 아니라 독일 등 다른 나라도 같은 처지에 있으며 연대의 강한 끈도 함께 있다”고 강조했다.

각국 정상들도 깊은 애도를 표하며, 종교적 대립으로 치닫는 상황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아일랜드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이날 프랑스 국민에게 애도를 전하면서 “수 세기 동안 교회는 언제나 신성한 곳이었기 때문에 이번 테러는 더 잔혹한 범죄다”라며 “신자들은 정신적으로 충만해 있고 육체적으로 무방비 상태일 때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도 “끔찍하고 소름 끼치는 테러”라며 프랑스 국민에게 애도를 전했다.


미국 백악관은 네드 프라이스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어 프랑스 성당 테러를 강한 어조로 규탄했다. 백악관은 “미국은 프랑스 노르망디 성당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를 강력하게 비난한다”면서 “피살된 아멜 신부의 친구와 가족에게 위로를 보내고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 신자들과 함께 다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프랑스와 미국은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겠다는 책무를 공유한다”면서 “프랑스 수사 당국의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대응을 높게 평가하고 앞으로 진행될 수사도 돕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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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교황청은 사건이 자칫 종교적 대립 감정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해 절제된 성명을 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신성한 장소인 성당에서 사제가 살해되는 끔찍한 폭력이 저질러졌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며 “최근 일어난 사건에 더해 커다란 고통과 함께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테러로 희생된 자크 아멜(86) 신부에 대한 교구민들과 동료 성직자들의 애도도 잇따르고 있다. 1930년 생테티엔 뒤 루브래에서 태어난 아멜 신부는 28세 때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후 생테티엔에서 30년 넘게 지낸 것을 포함해 대부분 시간을 프랑스 북서부지역 성당에서 보냈다. 75세 때 은퇴했지만, 교구에 남아있게 해달라고 요청해 성당과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해왔다고 루앙 교구는 전했다.

해당 성당의 주임 신부는 일간 르 피가로에 “신부들은 75세가 되면 은퇴할 권한이 있지만 신부님은 여전히 강건하시다고 느끼시고 교구민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계속 일하고 싶어하셨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면서 “어떤 위협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교구민들도 아벨 신부의 참변 소식에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성당 인근에 있는 미용실의 매니저는 “신부님은 35년간 이곳에 계셨고 우리 모두가 그를 알고 있다”면서 “매우 신중하시고, 나서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이셨다. 지역사회에서 아주 많이 칭송받는 분이셨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주민은 “끝까지 자기 일을 마치는 분이셨다. 고령이었지만 모두를 만나주시는 좋은 신부이셨다”고 했다.

노르망디 무슬림 신앙위원회 대표인 모하메드 카라빌라는 종교간 위원회에서 함께 일한 바 있는 아멜 신부에 대해 평생을 자신의 이상들과 종교에 헌신한 “평화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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