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터미널 사용료, 하역비, 유류비, 용선료 연체금 등 직접적으로 영업에 수반되는 상거래 과정에서 국내외 업체들에 최대 6,000억 원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연체가 길어지면 대금을 받지 못한 거래처가 한진해운 선박을 억류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루빨리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진해운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채권단이 요구하는 마지노선인 7,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4,000억 원 정도의 자구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법정관리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금융당국과 채권단·한진해운 등에 따르면 협력업체와의 상거래에서 발생한 한진해운의 연체규모가 5,000억~6,000억 원으로 불어나자 한진해운 측은 상거래채권 연체금을 줄이거나 대금 지급시점을 연장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체 규모가 매달 늘어나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제시할 유동성 방안은 연체를 막을 현금을 가져와야 마련될 것”이라며 “극단적으로는 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가 배를 억류하고 나머지 업체들이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은 지난 5월 용선료 연체 때문에 배가 억류된 적이 있다. STX팬오션도 2013년 13척의 배를 억류당했다가 해제됐지만 결국 법정관리로 향했다.
상거래 연체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터미널 사용료다. 한진해운은 북미·유럽·대서양 등을 포함한 109개 항로 3,600여 곳의 목적지에 화물을 운송하고 있어 수백 곳의 터미널을 이용한다. 국내 3곳과 해외 8곳에 전용 터미널을 확보하고 있다. 전용 터미널은 한진해운의 화물 대기시간을 줄일 뿐 입항료 등 각종 비용을 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유류비, 해외로 짐을 싣고 내리는 하역과정에서 드는 통관비나 컨테이너 장비 대여료 등도 연체한 상태다. 현재 협상 중인 용선료를 제외하고 이미 대금 지급 시점을 놓친 용선료 연체금과 선박금융도 포함된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 관계자는 “선박금융과 용선료와 함께 상거래채권 감축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 등 한진해운 채권단은 자율협약 기간을 오는 9월4일까지 연장하되 한진해운이 선박금융과 용선료 인하를 제외하고도 7,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가져올 것을 주문했다. 한진해운은 여전히 4,000억 원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