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삼성重 익스포저 감축 놓고 '죄수의 딜레마' 빠진 은행권

시중은행 여신 비중 높아

구조조정 협력 필수인데

대출만기 축소 등 잇따라

삼성重 수주악화 이어져

잠재적 피해만 키우는 꼴



삼성중공업에 대한 익스포저 감축을 둘러싸고 은행권의 각자도생 움직임이 치열한 가운데 금융권에서 은행들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임이론 중 하나인 죄수의 딜레마는 협력적 선택이 모두에게 최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에 치중한 선택으로 인해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시중은행들의 익스포저 비중이 높아 시중은행 간 협력을 통한 구조조정이 필수적인데 현 상황은 각 은행의 자행 이기주의가 지나쳐 결국 기업과 은행 모두의 잠재적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선업종에 대한 각 은행별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삼성중공업 여신을 둘러싼 은행 간 눈치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삼성중공업에 대한 대출 만기를 6개월 또는 1년 단위에서 3개월 단위로 축소한 데 이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특수은행인 농협은행 역시 대출 만기를 3개월 단위로 조정했다. 농협은행은 최근 삼성중공업에 대한 대출을 3개월 연장하면서 차후 상황에 따라 대출을 회수할 수도 있다는 조건부 단서를 달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은 또한 삼성중공업에 대한 추가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에도 하나같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담당 임원은 “삼성중공업이 수주에 성공한다고 해도 앞으로 조선사 RG 추가 발급은 국책은행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서들의 공통된 생각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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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에 대한 대출 만기 축소는 당초 삼성그룹의 유상증자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금융당국과 채권단 공동의 압박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후에도 은행권의 몸사리기가 더욱 강화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당국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지나치게 옥석 구분 없이 리스크 관리 강화에 매몰되고 있다”며 “삼성중공업의 경우 시중은행의 여신 비중이 높아 시중은행 중심으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데 힘이 전혀 결집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 익스포저 비중을 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대출은 9,634억원에 그친 반면 KEB하나은행 1조2,354억원, 농협은행 1조1,062억원, 신한은행 9,170억원 등 민간은행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대출이 산업은행 중심으로 몰려 있어 국책은행 중심으로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인 것과는 차이가 크다.

시중은행들이 삼성중공업에 대해 리스크 관리 강화에 집중하는 것은 것은 조선 빅3 중 현대중공업과 달리 삼성중공업의 편중된 사업구조에 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이 반영돼 있다. 시중은행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해양플랜트에 지나치게 집중된 사업구조라는 점과 인도 지연 등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너무 큰 회사”라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이미 그룹 차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은행권의 지나친 리스크 관리는 결국 서로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의 지나친 리스크 관리가 대외적으로 삼성중공업의 신뢰도를 더 떨어뜨리고, 결국 수주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이 주가 관리라는 명분으로 조선사 RG에 대한 추가 발급에도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향후 조선 경기가 더욱 악화되면 더 피해를 보는 곳은 은행밖에 없다”며 “은행들이 살릴 수 있는 곳은 힘을 모아 살려야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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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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