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대의 사상 초저금리에도 수년째 높은 대출금리를 고집하던 증권사들이 뒤늦게 이자율 인하에 나서고 있다. ‘약탈금리’라고까지 불리는 증권사의 대출금리는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의 3배인 12%를 기록하기도 했다.★본지 6월22일자 19면 참조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037620)은 다음달 8일부터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현행보다 0.5%포인트씩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융자 기간 15일 이내 기준으로 기존 8.0%에서 7.5%로 낮아지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이 고객들에게 적용하는 신용융자 금리를 낮춘 것은 지난 2011년 말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이다. 미래에셋증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조치로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래에셋대우도 다음달 22일부터 신용융자 금리를 고객등급과 융자 기간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0.25%포인트씩 인하할 방침이다. 15일 이내 융자거래의 경우 대출금리가 6.25%에서 6.0%로 낮아진다.
앞서 업계 최고 수준의 대출금리를 고수해오던 키움증권(039490)은 이달 24일부터 신용융자 금리를 12.0%에서 11.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키움증권이 신용융자 금리를 손본 것 역시 2011년 12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유안타증권(003470)도 11일부터 신용융자 이자율을 기존 7.5%에서 7.25%로 0.25%포인트 낮췄으며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 신용융자 금리를 9.0%에서 7.4%로 1.6%포인트 인하했다.
이 밖에 NH투자증권(005940)과 삼성증권(016360)·한국투자증권·현대증권(003450)·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메리츠종금증권(008560) 등도 현재 신용융자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추세에 발맞춰 대출금리를 내리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리는 돈으로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얻은 시세차익으로 빌린 돈을 갚게 된다. 지난달 한은의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는 수년째 내리지 않아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왔다. 실제로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업계 최고 금리를 유지해오고 있는 키움증권은 올 1·4분기 신용융자 이자수익으로만 160억원을 벌어들였으며 미래에셋대우(143억원)와 한국투자증권(121억원), 삼성증권(119억원), 현대증권(113억원), NH투자증권(109억원) 등 대형 증권사들도 같은 기간 100억원이 넘는 이자수익을 거뒀다.
더욱이 초저금리로 은행의 예·적금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증시로 몰리면서 최근 신용거래대금은 가파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7조4,715억원을 기록,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8월19일(7조4,730억원)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신용융자 잔액은 이달 19일 7조3,045억원을 기록한 뒤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진 만큼 증권사들도 이제 시장금리의 변동분을 대출금리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