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의 등기이사 사임으로 경영공백 위기를 맞은 넥슨이 설상가상으로 내홍 우려마저 사고 있다. 장기간 준비해온 신작 게임을 출시 한달만에 접은 데 따른 쇼크와 일부 임원들에 대한 모럴헤저드 우려로 직원들의 동요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동요의 기미는 지난 29일 넥슨이 신작게임 ‘서든어택2’의 서비스 종료를 전격 발표하면서 표면화됐다. 서비스 종료를 놓고 ‘100여명의 개발진이 300억원을 들여 4년이나 준비한 게임을 어떻게 출시 한달만에 엎을 수 있느냐’는 요지의 불만들이 일부 개발진 등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게임은 2000년대 초·중반 큰 인기를 끈 서든어택의 후속작이다. 이 게임은 지난 6일 출시됐지만 ‘전작만 못하다’는 일부 이용자들의 혹평 속에 게임 속 여성 캐릭터가 선정성 논란까지 샀다. 사내 일각에선 안타깝지만 기업의 이미지 등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옹호론도 있지만 게임 보완을 하는 대안들도 있는데 서비스 포기라는 초강수를 둘만큼 큰 문제였느냐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넥슨의 자회사인 넥슨GT에서 술렁임이 심하다. 넥슨GT는 서든어택2의 개발을 직접 당담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익명의 온라인 게시판 ‘블라인드’를 통해 “게임 종료 발표가 됐지만 책임지는 담당자(임원)는 한 명도 없다”며 “개발자로서 서든어택2 개발 이력이 ‘주홍 글씨’가 될지 걱정”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구성원은 또 “실무 임원들이 프로젝트 성공보다는 지분 늘리기에 급급해 게임의 질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에는 넥슨과 또 다른 넥슨 자회사 직원들이 ‘슬프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동조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이에 대해 넥슨GT측은 “신중한 검토 끝에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것”이라며 “일반 직원이 피해 보는 일은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넥슨 직원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단순히 게임 1건의 포기 때문만은 아니다. 넥슨이라는 회사가 가진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조직원들 사이에 번진 탓이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넥슨은 근래에 본연의 업무인 게임 개발보다 퍼블리싱을 통한 유통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이번 서든어택2 쇼크는 게임 개발에 대한 투자의지에 대한 넥슨 경영진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일 수도 있어 사내 개발진 등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든어택2의 돌연 낙마는 마침 김 대표의 등기이사 사임 시점과 겹쳐 파장을 한층 미묘하게 하고 있다. 대작 게임을 개발하려면 상당한 인력과 많은 자금, 시간이 소요되는 데 김 대표가 등기이사 명함을 떼어내면 회사가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한 투자결정을 하는데 악재가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관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넥슨측은 김 대표 개인의 거취로 경영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며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온 만큼 실질적인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