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에 의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안전보건 분야에서는 아직 플랜도 없고 관심이 높지 않습니다. 로봇 활용과 무인자동화 시대가 열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이영순(70·사진)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지난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등 선진국은 AI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안전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달라진 트렌드”라며 노동환경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는데 사람의 역할을 100% 기계가 대체하고 있더라”면서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 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재를 줄이고 예방하는 게 공단의 가장 큰 목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근로자가 사망하고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는 등 가슴 아픈 일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큰 사고의 피해자는 대부분 하청업체 근로자다.
이 이사장은 “대기업이 사내 유해·위험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가장 큰 원인인데 하청업체는 안전에 대한 투자도 쉽지 않고 전문인력도 부족해 안전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공단 분석에 따르면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자 중 하청업체 근로자 비율은 2012년 37.7%에서 2015년 40.2%로 늘어났다. 그는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급히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이사장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대기업들이 ‘평판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대형사고나 산재가 발생할 경우 결국 떨어지는 건 원청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선진국에서도 이제 법에 의존한 안전관리는 줄어드는 추세다. 이 이사장은 “법으로 규제하고 벌금을 매기는 것보다 우리 기업들도 선진국같이 브랜드 가치를 위해 안전보건에도 신경 써야 할 시대”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전의식이 소홀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벌금·과태료보다 작업중지명령을 내리면 원청과의 사업관계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인 방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단은 오는 2019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인구 1만명당 산재사고 사망자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0.3(베이시스 포인트)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2012년 기준 한국은 0.73으로 일본(0.20), 독일(0.17), 미국(0.35)보다 크게 높다. 올해는 사고사망만인율 0.5 달성이 목표다. 이 이사장은 “상반기에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6~7월 T20(타깃20일)이라는 특별작전을 가동하면서 현장 모니터링을 시행해봤는데 현장에서는 아직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산업별 협회 등과 함께 현장에 안전의식을 전파하고 안전 패러다임을 바꾸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업현장의 안전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공단 내부적으로도 직원들이 ‘1인 1기술사’같이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