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모바일 게임 ‘세븐나이츠’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넷마블 일본 법인 관계자들과 국내 개발자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일본 법인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일본 이용자들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이 게임으로는 망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8~9개월 간 개발자들이 일본을 수차례 방문해 게임 방식부터, 성우, 그래픽 등을 전면 수정했다. 그 결과 국내 게임사 가운데 최초로 일본 앱 마켓 최고 매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세븐나이츠의 개발을 총괄한 김정민(사진) 넷마블넥서스 기획실장은 최근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부딪쳐 보자는 심정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해 생각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제는 북미 유럽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세븐나이츠는 일본에서 출시 100일 만에 총 내려받은 건수가 400만 건을 넘고 일본 앱스토어에서 최고 매출 3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한국판과 전혀 다른 게임이 됐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현지화 작업을 철저히 한 점을 꼽는다. 일본판 세븐나이츠는 게임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는 채팅 창이 없을 뿐 아니라 게임의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그는 “한국에서는 캐릭터가 진화하는 데 필요한 원소 역시 진화시키도록 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원소를 재화형태로 한번 쓰고 소진하는 식으로 하고 있다”며 “일본 이용자들은 한국과 달리 재료로 쓰일 것을 왜 공들여 키워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고 있어 게임의 방식 자체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일본 유명 성우의 목소리를 삽입해 외국산 게임이라는 인식을 해소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세븐나이츠는 앱 마켓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을 겨냥하고 개발한 덕분이다. 세븐나이츠의 인기를 등에 업고 넷마블게임즈는 지난 1·4분기 매출 3,262억원 중 해외 매출이 48%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지난해 동남아를 넘어 북미 유럽 시장에도 성공하는 게 숙제다. 김 실장은 “넷마블 북미 법인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이탈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점을 반영해 게임을 북미식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매출 순위를 올리기보다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일본판 대비 자세하게 게임을 설명해주는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북미 이용자들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다 보니 출퇴근 시간보다 퇴근 후 여유로울 때 게임을 짧게 하는 경향이 있다”며 “생활 패턴을 고려해 캐릭터의 진화 기간을 다른 국가보다 단축해 이용자들의 동기 부여를 더 명확하게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