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레슬링의 간판 김현우(28·삼성생명)의 최대 맞수는 러시아 로만 블라소프(26)다.
블라소프는 김현우가 올림픽 100일을 앞두고 “내 체급에서 라이벌은 러시아 선수인데, 그 선수를 많이 분석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던 상대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고비다.
김현우와 블라소프는 공통점이 있다. 4년 전인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땄다. 김현우는 당시 66kg급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블라소프는 74kg급(이후 75kg으로 변경)에서 정상에 섰다. 김현우가 런던올림픽 금메달 이후 체급을 올리면서 운명의 라이벌이 됐다.
블라소프는 이미 이 체급에서 1인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강자였다. 그는 런던올림픽 1년 전인 2011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물리치고 1위에 오르며 이 체급 최강자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김현우가 등장하면서 블라소프의 독주 체제는 멈칫했다. 둘은 201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마주쳤다. 그것도 결승에서다. 결과는 김현우의 2-1 승. 김현우는 체급을 올린 그해 곧바로 세계선수권 결승까지 올라간 뒤 블라소프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김현우는 런던올림픽 이후 2014년 7월까지 2년간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패배하지 않으며 새로운 최강자로 등극하는 듯했다. 2014년 7월 둘은 루마니아 오픈에서 다시 만났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는 블라소프가 7-4로 승리했다. 김현우는 블라소프의 측면들기 공격으로 한 번에 4점을 실점하면서 승기를 놓쳤다. 이 패배로 김현우는 금메달을 놓쳤고, 불패 기록도 깨졌다. 역대 전적 1승 1패의 호각지세다.
2015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김현우와 블라소프는 다시 만날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김현우가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둘의 세 번째 대결은 무산됐다. 블라소프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2013년 김현우에게 내줬던 금메달을 되찾았다.
키는 김현우가 174cm로 178m의 블라소프보다 조금 작다. 김현우는 강인한 체력과 함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힘이 강점인 반면, 블라소프는 단단한 체격에 침착한 경기 운영이 강점이다.
블라소프는 무엇보다 그라운드 공격 찬스가 오면 측면들기로 점수를 뽑아내는 확률이 90% 이상일 정도로 높다. 상대 공격을 잘 막아내 큰 실점도 없다.
둘은 이번 올림픽에서 결승전보다 일찍 대결이 이뤄질 수 있다. 레슬링은 시드 배정이 없고, 경기 당일 조 추첨으로 상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맞대결에서는 누가 웃을 수 있을 지 이들의 대결은 이번 올림픽 레슬링 종목 최고의 빅매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