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현재까지 수사진행 경과와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 내지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최기식 부장검사)는 박 전 사장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사문서 변조 및 변조 사문서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은 2010∼2011년께 폴크스바겐 독일 본사에서 ‘유로5’ 차량의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숨긴 채 2011년 7월부터 약 2년간 문제의 차량을 국내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사장은 당시 한국법인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서 폭스바겐 차량 수입·판매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다. EA189 디젤엔진을 장착한 유로5 차량은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소프트웨어 2개를 탑재해 질소산화물을 인증시험 모드에서는 덜 배출하고, 실주행 모드에서는 다량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엔 2007년 12월 처음 수입돼 총 12만대가 팔렸다. 이밖에 박 전 사장은 2013년께 부품 및 소프트웨어 변경 인증을 받지 않은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고 연비시험성적서 20여 건을 조작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공백을 우려했던 르노삼성자동차는 한숨 돌리게 됐다. 지난 4월 르노삼성 대표로 선임된 박 사장은 SM6 등 신차 출시로 회사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QM5의 후속모델 ‘QM6’ 출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판매 재개 등 회사 입장에서 중요한 이슈가 산적해 있다. 특히 2013년 9월부터 르노삼성 영업본부장(부사장)을 거치며 회사를 이끌어 온 그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르노삼성은 올 상반기 SM6 덕분에 내수판매가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 9.7%나 판매실적이 상승했다. 지난 3월 국내 출시된 SM6는 지난달까지 내수판매 2만7,211대를 달성해 큰 공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이 ‘6’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 SM6의 돌풍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사장은 상반기 실적 호조 등에 힘입어 올해 경영 목표를 ‘국내 판매 10만대, 업계 3위 도약’으로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