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경제교실] 서비스산업발전법안 왜 국회 통과 못하나요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의료민영화 등 우려에 이해집단 대립…국회 문턱 못넘어





서비스산업전반의 발전을 위한 법안이 2011년 12월30일 정부안으로 발의된 후 거의 4년 반 이상이 지났는데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들 하는데 왜 통과되지 못하고 있을까요.


일단 서비스산업발전법이 왜 만들어져야 하는지부터 살펴봅니다.

서비스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에 비교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고용구조, 생산성, 대외경쟁력, 서비스 연구개발(R&D) 등 측면에서 후진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더구나 서비스 산업은 생산성이 제조업에 비해 매우 낮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어서 생산성을 높이면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죠. 지금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죠. 서비스업의 순일자리 창출률은 3.5%로 제조업의 1.8%에 비해 거의 두 배나 높습니다. 이것은 사업체가 새로 진입·성장해 일자리가 증가하고 사업체가 퇴출·축소돼 줄어드는 일자리를 차감해 순수하게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서비스업에서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고 실업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이처럼 순일자리 창출률이 높은 서비스업을 발전시키려는 이유 중 하나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그 법에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의 수립·시행,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의 설치·운영, 서비스산업 연구개발 활성화 및 투자 확대, 서비스산업분야의 정보통신 관련 기술 및 서비스 활용 촉진, 서비스산업발전에 필요한 지원제도의 근거 마련, 서비스산업 특성화 교육기관의 지정, 서비스산업 전문연구센터의 지정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그 자체로 서비스산업의 R&D 확대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을 포함하고 있는 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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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존 의료법 무력화 시켜

영리법인·원격의료 허용

보건의료 공공성 해칠 것” 주장

☞ 法 제정 효과는

일자리 창출률, 제조업보다 높아

저성장시대 서비스업 육성 필수


R&D투자 지원해 생산성 높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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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35만~69만개 생겨나

그런데 왜 통과가 안 되고 있죠? 야당과 일부 이익단체에서는 서비스산업발전법상의 일부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 조항의 해석과 관련돼 있습니다. 서비스산업발전법 제3조 1항에 ‘서비스산업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산업발전법 반대론자들은 서비스산업발전법이 제정되면 이 조항 때문에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부대사업을 허용하지 않는 의료법이 무력화된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또 ‘정부는 5년마다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제5조에 명시하고 있는데 기본계획 수립·시행 과정에서 의료 민영화 부분을 포함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야당은 제19대 국회에서 의료법의 일부 조항, 국민건강보험법, 약사법 등을 서비스산업발전법의 적용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죠. 의료 영리화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보건의료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안이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역대 정부가 꾸준히 서비스산업발전을 위한 개혁 조치들을 추진해왔음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중요한 이유는 이익집단의 반발 때문입니다. 예컨대 의료서비스 분야의 경우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의 설립과 원격의료 허용범위 제한 등의 정책을 둘러싼 이해집단 간 갈등이 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통과되면 어떤 효과가 있죠?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서비스업의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서비스산업의 빅뱅이 일어난다면 35만개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분석한 바 있고 또 한국개발연구원은 서비스산업이 미국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발전한다면 2030년까지 69만1,700명의 취업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지요. 각 연구기관마다 추정의 가정이 달라지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서비스산업 진입규제가 없는 경우 순일자리 창출률은 4.0%로 진입규제가 있는 경우의 3.4%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진입규제가 제거되는 경우 대기업의 순일자리 창출률은 8.7%로 나타났습니다. 더구나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서비스 R&D 정의·유형, 서비스 R&D 정책 수립, 서비스 R&D 투자확대·제도개선, 서비스 R&D 사업시행, 서비스 R&D 성과 보호·인증·사업화, 서비스 R&D 인력양성·국제협력, 서비스 R&D 전문센터 등 서비스 R&D 투자를 확대하는 지원조치들을 담고 있습니다. 서비스산업에서 다양한 지원이 있고 또 진입규제와 같은 조치가 이뤄진다면 이 부문의 투자 활성화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생산성이 개선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봅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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