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과 거야( 巨野) 사이의 세금전쟁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법인세를 인상하고 고소득자의 과세를 강화하는 등 이른바 ‘부자증세’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소득세나 법인세 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더민주는 과세표준이 500억원을 초과하면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인하된 것을 원상회복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하면 연간 4조1,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표 5,000억원 초과 구간의 최저한세율은 17%에서 19%로 인상하기로 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개편한다. 임금 인상분에 대한 50% 가중치를 부여해 임금 인상을 유도하고 배당 부분도 과세 대상으로 포함할 방침이다.
고소득자의 과세는 과표 5억원을 넘는 소득에는 세율을 41%까지 매기는 구간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는 과표 1억5,000만원 이상일 때 38%의 세율이 최고 구간이다. 아울러 과표 1억5,000만원 이상 소득자의 실효세율(26%)이 명목세율(38%)보다 낮기 때문에 이들의 세액공제·감면 한도를 7% 수준으로 억제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발행한 대주주의 주식에 대한 상장·비상장주식의 양도차익을 20%에서 25%로 인상하는 등 자본이득과세도 강화한다. 1,000만원 이상~2,000만원 이하의 금융·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분리과세)은 14%에서 17%로 인상할 예정이다.
이른바 ‘우병우방지법’도 추진한다. 주주가 본인 또는 가족·특수관계인으로 구성된 명의만 법인으로 두고, 고용인원은 전혀 없거나 극소수의 인원만을 고용하고 있고, 실제로는 부동산 임대나 자산소득의 절감 목적으로 법인을 운영하는 경우에 법인세에서 15%포인트 추가 과세하는 법이다.
이 밖에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부가세 납부제도 개선 △자산가에 대한 상속·증여세 강화 △재벌 대기업의 편법적 지배력 남용 방지 △과세미달자에 대한 세제 개편 △근로장려금제도 개선 △영세 자영업자 부가세 납부 의무 면제 한도 상향 △성과공유제 도입 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제도 도입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도 포함됐다.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정부는 부자감세를 통한 경제성장을 시도했지만 성장은 제로 상태까지 내려갔다. 이대로는 저성장·저부담·저복지의 틀을 깰 수 없다”며 “조세부담률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원칙, 그 과정에서 고소득 법인과 고소득 개인의 부담을 늘리고 중산층과 서민층에는 따뜻한 세법을 마련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상목 차관은 “현재 경기나 일자리 상황을 볼 때 확장적 재정 기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했다”며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현시점에서 세율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어떠한 이유든 지금 세율을 올리면 경제주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더민주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경제상황이나 조세부담률 증가 추세 등 고려할 점이 많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법인세 인하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세계적인 추세”라며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제품가격 인상 등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민주는 발표된 내용을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하기 위해 국민의당·정의당 등 야당과 공조할 계획이다. 여소야대 국회인 현시점을 기회로 삼고 내년 대선에 앞서 ‘경제민주화’ ‘공평과세’ 등을 필두로 주도권을 확보할 방침이다./김광수·박효정기자 세종=김정곤기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