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핫이슈] "실적 좋은데 굳이?"… 구조조정 시큰둥한 유화업계

유화업계 구조조정 필요성 논란

정유 4사 2분기 영업익 2.8조

"기업 상황달라 일괄조정 어렵다"

내달 개편 윤곽 발표에도 미온적

"실기땐 조선업 전철 우려" 목소리



다음달 석유화학 업계의 공급과잉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구조개편의 윤곽이 나올 예정인 가운데 해당 기업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실적이 계속 좋아지고 있는데다 업의 특성상 기업마다 상황이 너무 달라 일괄적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석유화학 분야는 시황변동이 심해 지금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종은 조선과 해운·철강·건설과 함께 정부가 지정한 5대 취약산업으로 분류돼 자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3일부터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시행되면서 사업재편을 목적으로 할 경우 인수합병(M&A)이나 분사를 예전보다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세제 혜택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현재 자율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석유화학협회(KPIA)는 다음달 중순께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경쟁력 강화방안 보고서를 받아볼 예정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시큰둥하다. 테레프탈산(TPA)이나 합성고무 제품(BR·SBR)처럼 심각한 공급과잉 현상을 겪는 일부 제품은 생산량을 서서히 줄이고 있고 지난 5월 한화케미칼이 염소·가성소다 공장을 842억원에 유니드에 매각했지만 나머지 분야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는 당장 실적이 좋기 때문이다. 올 2·4분기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의 합계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을 돌파해 2011년 1·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화학의 영업이익은 18분기 만에 최대치로 올랐고 롯데케미칼도 사상 최고의 이익을 냈다. 국내 대형 석유화학 업체 A사의 관계자는 “실적이 호황인데 생산규모를 줄인다는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라며 “자칫 업계가 제품 가격을 높이려고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어 (설비 감축에) 더 신중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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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종의 특성상 자율 구조조정이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 기초유분부터 중간원료·합성수지 등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도 다양하고 시황도 제각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음달 베인에서 나올 보고서도 대규모 설비 감축보다는 기업 간 협력을 통한 생산 효율화 같은 방안을 담을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와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상황이 좋을 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조금씩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미약하다”며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에틸렌의 자체생산 규모를 2018년 연 1,700만톤까지 늘린다. 에틸렌은 국내 기업의 대중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중간원료인 파라자일렌(PX) 자급률도 높여 지난해 기준 약 1,250만톤 정도였던 생산량을 2020년까지 2,14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기가 쉽지 않고 중국 업체와 가격경쟁을 벌여 이길 가능성도 극히 낮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조선업의 경우 잘 나갔던 2000년대 중반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했어야 했는데 실적이 좋아 이를 뒤로 미뤘다가 결국 지금 1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며 “석유화학 분야도 반짝 회복인지를 가려 경쟁력 있는 부분은 무엇이고 앞으로 조정해야 할 분야는 무엇인지 가려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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