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006800)(미래에셋증권(037620) 합병)·NH투자증권(005940)·KB증권(현대증권(003450) 합병) 등 대형 증권사가 1년 이하 단기어음을 찍어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몸집을 8조원까지 불리면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해 은행처럼 고객의 여윳돈을 받아 기업에 대출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올 하반기 중 자본시장 관련 법령을 고쳐 육성 방안을 내년 2·4분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증권사의 업무 범위를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3단계로 구별했다. 대형 증권사에 각종 업무를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차등 허용하기로 한 것은 금융투자 업계의 자발적인 기업 인수합병(M&A)만으로는 초대형 IB 탄생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규모가 늘어날수록 혜택을 주는 ‘당근책’을 통해 국내 대표 증권사의 아시아 지역 10위권 진입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통합 후 국내 1위 증권사로 뛰어오르게 될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6조7,000억원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12위 수준에 그친다. 아시아 1위 증권사인 노무라의 자기자본은 28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초대형 IB 기준은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특혜 시비를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계획대로 5조원 또는 7조원으로 정하면 NH투자증권(4조5,000억원) 통합 KB증권(현대증권 합병·3조8,000억원)조차 수혜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조처다.
금융 당국이 제공하는 인센티브의 핵심은 덩치 큰 증권사에 한해 자금조달 통로를 활짝 열어준다는 데 있다. 발행어음은 증자나 회사채와 달리 공시 규제를 받지 않고 발행절차도 간편하다. 종합금융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유사한 IMA 업무가 허용되면 고객으로부터 무제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현재 대형 증권사조차 환매조건부채권(RP)과 주가연계증권(ELS)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이 무려 73%에 달한다. RP와 ELS는 발행어음이나 IMA에 비해 헤지 비용은 많이 들어가고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사가 발행어음과 IMA를 활용하면 1,100%로 제한된 레버리지(외부자금 조달) 비율을 1,300%로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당근책은 자금조달 수단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면 현물환 매매(계약과 동시에 거래가 이뤄지는 것)를 할 수 있고 8조원까지 늘리면 은행에만 겸업이 허용된 부동산 담보신탁 사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자본 3조원 이상)에 대한 지원 역시 육성 방안에 담겼다. 증권사가 해외 사회기반시설(인프라)에 투자할 때 한국투자공사(KIC) 등이 관여하고 중소·중견기업의 M&A를 주관하면 성장사다리펀드가 공동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대출자산의 만기가 길어도 신용등급이 높으면 재무건전성지표(NCR)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관련 규제도 완화한다. 삼성증권(016360)·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이 적용 대상이다.
다만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가 도입 3년 만에 전면 손질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장기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 채 금융당국이 새 먹거리만 계속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증권사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지 자기자본의 많고 적음에 따라 업무 차별을 두면 자생력을 키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