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할 때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까지 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서로 격려하던 시간, 위로하던 시간만 떠올라요. 7명이 함께 나눌 수 있었기에 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팀워크를 다루는 영화를 찍으면 정말 모두가 팀이 된 것 같았죠.”
10일 개봉하는 ‘국가대표2’에 출연한 수애(36·사진)는 지난 촬영장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마다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여배우(수애·오연서·하재숙·김예원·김슬기·진지희) 6명에 남배우(오달수) 1명의 현장. 여배우들의 알력 다툼 등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딱 좋은 상황이 있진 않았을까 궁금해진다. 하지만 배우는 “지금 연서나 예원이가 여배우처럼(?) 나오는 걸 보는 게 더 어색할 정도”로 편하게 지냈다며 웃었다. “여배우들끼리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죠. 매일 밤 야식이 와서 다 함께 먹기도 했고 틈만 나면 수다를 떨었고, 만화책을 가져와서 다 같이 돌려보기도 했어요. 제가 제안해서 마니또도 했는데 금방 누가 누구의 마니또인지 들켜버렸어요. 연기자들이 모여서 다들 발 연기를 한 건지(웃음)”
영화는 여자 아이스하키라는 조금 생소한 운동을 다룬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만을 위해 급조된, 그야말로 오합지졸을 자랑하는 국가대표팀이 주인공. 수애가 연기하는 ‘지원’은 그중 유일한 정통 아이스하키 선수다. “원래 운동에 자신 있는 편”이었다지만 아이스하키는 정말로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가만히 서 있는 것만 해도 힘들더라구요. 빙상장을 야간에만 쓸 수 있어 밤에 주로 촬영했는데 밤 9시부터 새벽까지 계속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으면 혈액 순환이 안 돼서 온몸이 퉁퉁 부어요.” 훈련과 경기 연습은 정말로 지옥 같았다. “대역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바디체크(상체를 부딪치는 수비)는 얼굴이 보일 수 있어 배우들이 대부분 했거든요. 꽝꽝 부딪칠 때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훈련도 쉽지 않았는데 마침 첫 촬영장면이 갯벌에서 온통 나뒹구는 전지훈련 장면이에요. 첫날 촬영을 딱 마치고 나자 ‘처음부터 이 난리면 앞으로 어쩌느냐’며 한참 걱정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감독님의 전략 같기도 하지만.”
‘국가대표2’를 끌고 가는 다른 한 축은 탈북자 가족의 기구한 삶을 그린 드라마다. 지원은 북에 홀로 두고 온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과 애틋함을 짊어지고 가는 탈북 여성. 특히 경기가 막바지로 치닫는 영화의 후반부는 지원과 여동생 지혜와의 감정이 폭발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가장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시합 장면과 가슴 아픈 드라마를 균형 있게 가져가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정신없이, 굉장히 집중해서 촬영했던 것 같아요.” 그는 이어 “그래도 시나리오를 받은 순간부터 고민하던 장면이 잘 풀린 것 같아 굉장히 시원하다”면서 “함께 울어주시는 관객분들이 많아 기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계속 부담을 느끼던 장면을 제대로 소화해냈을 때 느끼는 쾌감 같은 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작품일수록 더 욕심이 나는 건 그 때문일까요”라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