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되살아나는 저유가 악몽] 불황형 흑자→환율 하락→수출 타격…韓경제 먹구름 짙어지나

경상흑자 지속땐 美·中 보호무역 강화 빌미될 듯

석유·화학제품가격 하락에 8월 수출액 하방 압력

소비자물가 끌어내려 하반기 디플레 심해질 수도



국제유가 배럴당 40달러선이 다시 붕괴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저유가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유가가 계속 떨어지면 수출 타격, 불황형 경상흑자 확대, 디플레이션 확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반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에 악재가 하나 추가된 셈이다.

당장 8월 수출부터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달 수출이 10.2% 줄며(전년 대비) 다시 두자릿수 감소 폭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8월 수출이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 조업일수 증가(2일) 등으로 상승 반전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에서 수출을 안정적으로 받쳐준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곧바로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수출품의 단가 자체가 내려가 전체 수출액은 하방 압력을 받는다.

중장기적인 타격도 문제다. 유가 하락은 원유 수출에 경제 전반을 기대고 있는 중동 산유국 등 신흥국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이는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한국 수출 중 신흥국 비중은 2000년 38.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57.4%까지 치솟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제유가 하락이 추세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한동안 안정됐던 중동·브라질·러시아 경기가 다시 둔화하면서 전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유가는 우리 경제 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 폭도 더 늘릴 수 있다. 원유 전량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유가가 하락하면 수입액이 급감한다. 저유가로 수출액도 줄지만 수입액 감소 폭이 더 커 흑자 폭이 늘어난다. 전형적인 불황형 경상흑자다. 이는 미국·중국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국가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세계 교역량이 쪼그라들어 각국이 어려운데 한국만 경상흑자를 늘리고 있다’며 우리나라를 집중적으로 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미 재무부는 지난 4월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과 독일, 대만을 콕 집어 “이들 국가의 막대하고 지속적인 경상흑자로 세계 경제가 고통을 받았고(suffered) 시정되지 않는다면 고통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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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경상흑자는 환율 하락(원화 강세)으로 이어져 수출에 타격을 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경상흑자로 국내에 달러가 많이 유입되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 상대적으로 귀해져 환율은 하락한다. 이는 우리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을 깎아 먹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당국이 환율 수준을 높이고 싶어도 미 재무부가 한국의 막대한 경상흑자를 문제 삼고 있기 때문에 여의치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 경상흑자는 1,058억달러로 사상 첫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국내총생산(GDP)의 7.7%에 달해 전 세계 주요국 중 싱가포르(19.7%), 네덜란드(11%), 노르웨이(9%), 태국(8.8%), 독일(8.5%) 등에 이어 여섯 번째로 많았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계속 끌어내려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7월 소비자물가는 0.7%(전년 대비)로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3개월 연속 0%대다. ‘물가 안정’을 책임지는 한국은행은 하반기로 갈수록 유가가 점진적으로 상승해 전체 물가도 중기 물가안정 목표(2%)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유가가 하락하면 물가는 계속 0%대에 맴돌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경제 주체들이 물가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고 이는 디플레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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