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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축구는 '축구', 여자 축구는 '여자 축구'?…"스포츠 분야의 성차별"

"英 캠브릿지 대학교 연구…남성에 대해서는 경기에 중점, 여성은 외모, 결혼 상태 등 주목"

영국 캠브릿지 대학교의 연구팀이 스포츠 분야의 신문 기사, 학술지 등에서 나타난 성차별적 요소를 분석했다. /출처=pixabay영국 캠브릿지 대학교의 연구팀이 스포츠 분야의 신문 기사, 학술지 등에서 나타난 성차별적 요소를 분석했다. /출처=pixabay


“스포츠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남성은 ‘강하고, 빠르고, 위대한’ 반면, 여성들은 ‘임신을 했거나, 이혼한’ 세계입니다.”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이 문구는 스포츠에서 남성과 여성이 묘사되는 방식의 차이를 연구한 영국 캠브릿지 대학 연구팀의 결론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연구팀은 지난 수십 년간의 신문 기사, 학술지, 트위터, 블로그 등에서 1억6,000만개의 단어를 추출해 남성과 여성 운동선수가 묘사되는 방식의 차이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남성 운동선수가 스포츠 자체의 맥락에서 언급된 횟수는 여성 선수들보다 3배가 많았던 반면, 여성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그들의 결혼 여부, 나이, 외모 등이 언급된 횟수가 많았다.

연구에 참여한 언어학자 새라 그리브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그들이 여성 운동선수의 외모와 결혼상태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 한다”며 “이 연구가 현상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해결 방안에 대한 답을 내려주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 하고 있던 스포츠 분야의 성차별 문제를 수면 위로 꺼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간단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이 같은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CNN이 인터넷에 영국의 7종 경기 선수인 제시카 에니스-힐의 이름을 검색한 결과, 가장 먼저 나오는 검색 결과는 “에니스-힐이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세 번째 선수가 됐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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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국의 조정선수 헬렌 글로버는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피부 관리 비법이나 훈련이 머릿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질문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번 연구는 영국과 미국의 사례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됐으나, 다른 나라들의 사례들에도 주목했다. 자메이카의 올림픽 육상 2관왕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주로 경기에 관해서 언급되긴 했지만, 거의 항상 같은 국가의 남자 선수 우사인 볼트와 함께 언급되고 있었다.

연구는 또 여성들이 성별 표시에 의해서도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성별 표시 없이 ‘축구’라고 하면 남자 축구를 지칭하는 것이고 여성 종목을 표시할 때는 항상 ‘여자’라는 수식어를 붙는 것이다. 또, 남성 선수들은 ‘골퍼’, ‘레슬러’ 등 특별한 성별 표시 없이 설명되지만, 여성 선수들은 ‘여자 골퍼’, ‘여자 레슬러’ 등으로 표시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사람들이 그들이 읽는 매체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매체가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반영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며 선후관계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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