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기업, 협력업체 사회안전망까지 챙겨야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협력사 사회보험 가입책임 반영

ISO 26000 진단 가이드 개정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한 발 더 넓어지는 계기 됐으면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지출 규모는 세전이익의 3.50%로 지난 2013년의 3.48%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난 몇 년간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꾸준히 사회공헌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흐뭇한 기분이 든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공헌활동을 적극 실천하고 있지만 근로자를 위한 사회보험을 담당한 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 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부나 자선활동 같은 한정적 영역에서만 생각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이윤 추구에만 집착하지 말고 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자각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조선업 경기악화로 많은 조선업 근로자들이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물량팀으로 불리는 하청업체 재하청 근로자의 경우에는 1차 사회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는 고용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조선업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근로자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취약계층 근로자를 지원하고 사회보험 가입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은 기업이 실천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사회적 책임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을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는 국제표준으로 ‘ISO 26000’을 발표, 운영해왔다. 기업이 ISO 26000 인증을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입찰이나 외국 대기업과의 거래 때 반드시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어느 정도 강제성을 수반한다. 특히 지속가능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에는 필수 체크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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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 26000이 제정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기업들은 좀 더 체계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 보급된 ISO 26000의 이행수준 진단 가이드에는 근로자의 기초복지 정책이자 의무사항인 사회보험 관련 사항이 빠져 있다. 그런데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표준협회가 지난달 ISO 26000 이행수준 체크리스트 개정작업을 추진하면서 근로복지공단의 제안을 수용해 ‘중소 협력업체 등 취약계층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 책임’을 반영했다. 이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진정한 의미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반영됐다고 평가된다.

특히 이번 개정을 통해 대기업 등 원청기업이 비정규직이나 중소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사회보험 가입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했다. 이는 대기업이 자사 근로자뿐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 근로자의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에도 관심을 가져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임을 천명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대학의 연구 결과 기업의 내부평판과 외부평판 중 내부평판이 더 높은 기업이 미래의 수익도 18% 더 높았다고 한다. 기업의 지속적인 사회적 책임 실천을 위해서는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번 ISO 26000 이행수준 진단 가이드 개정으로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제한적인 생각을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좋겠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의 실천을 통해 지역사회와 내부 이해 관계자까지 포괄하는 상생의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해본다.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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