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정보경(25·안산시청)은 깜짝 은메달을 따내고도 아쉬움에 하도 울어 눈이 퉁퉁 부었다.
한국 유도는 7일(한국시간) 금메달 기대주 김원진이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던 정보경이 값진 은메달을 따내면서 어깨를 폈다. 여자 48㎏급 세계랭킹 9위인 정보경은 리우 올림픽파크의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결승에서 아르헨티나의 파울라 파레토(3위)에게 안뒤축후리기로 절반패해 은메달로 마무리했다. 한국 선수단의 리우올림픽 1호 메달이다.
1회전 부전승과 16강 한판승 뒤 8강에 오른 정보경은 역대 전적 1승5패로 절대 열세인 세계 1위 문크흐바트 우란체체그(몽골)를 누르면서 메달 희망을 키웠다. 2분30초 만에 절반을 빼앗은 뒤 경기가 재개되려는 순간 심판진은 손으로 하체를 잡은 반칙을 지적하며 문크흐바트의 반칙패를 선언했다. 4강에서는 디야리스 메스트레 알바레스(19위·쿠바)에게 절반 2개를 따내 한판으로 결승에 올랐다. 한국 여자 유도가 올림픽 결승에 진출하기는 20년 만이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결승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맞붙어 유효패를 당했던 파레토는 넘지 못했다. 세계선수권 우승자이자 2008 베이징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파레토는 중남미 최고 명문 부에노스아이레스대에서 2014년 의학 학사를 딴 독특한 경력도 있다.
경기 직후 “방심해서 진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올림픽 유도 멤버들에게 금메달로 스타트를 끊어주려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물을 그치지 못하던 정보경은 이후 몇몇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여유를 되찾은 듯 미소를 보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동메달, 2014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던 정보경은 사실 메달 유력 후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 선수단 최단신(153㎝)으로 더 잘 알려진 정보경은 메달권이 아닌 금메달을 목표로 잡을 정도로 자신 있었다. 꿈도 한몫했다. “꿈에 호랑이 5마리가 나왔어요. 호랑이 입으로 차를 타고 들어가는 꿈이었는데 왠지 느낌이 좋았죠.” 브라질에 오기 2~3주 전에 꾼 꿈인데도 똑똑히 기억할 정도로 생생한 장면이었다.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정보경에게 금식은 고문이나 다름없다. 그는 그러나 계체 통과를 위해 하루에 한 끼만 먹거나 아예 굶어가면서도 “생각한 대로 기술을 걸어서 상대방을 던졌을 때의 쾌감이 좋아서” 유도를 그만둘 수 없었다고 한다.
경남 양산의 웅상여중 1학년 때 유도에 입문한 정보경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명예롭게 은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출국 1주일 전에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청담동 미용실에서 초록색으로 염색도 했다. 지금은 황금색과 은색의 중간쯤 되는 색깔로 변한 머리를 두고 정보경은 “메달을 따려고 색이 빠졌나 보다”고 농담도 던졌다. 그는 “남은 올림픽에서 할 일은 동료들을 열심히 응원 다니는 것뿐”이라며 “2020 도쿄올림픽에 나갈 수 있으면 그러고 싶다”고 했다.
/리우데자네이루=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